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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초등학교 한자교육 문제 어떻게 생각하나초등교과서 ‘한자병기(漢字倂記)’ 무산 위기

[단독]초등교과서 ‘한자병기(漢字倂記)’ 무산 위기

찬·반 논란 거세지자 결정 내년으로 연기, 자신의 본관 한자 못쓰는 학생 많아

   
▲ 본사 방문 인터뷰를 한 유학영 "한자문화정상화추진회 공동대표"(사진 세종인뉴스)

[세종 = 세종인뉴스] 차수현 기자 = 교육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해 지난 23일 고시하면서 논란이 됐던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漢子) 병기(倂記) 여부가 찬·반 논란이 거세지자 확정을 짓지 못하고 여론을 좀 더 살펴 본 후 내년 말 쯤 결정을 할 것으로 밝혔다. 

이번 교육부의 초등학생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하려는 목적은 초등생들의 어휘력 신장 및 교과에 대한 개념이해를 높이기 위한 취지였다. 

특히,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한자교육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교육부에서는 이미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국민들은 당초 개정 교육과정 고시와 함께 한자 병기 방침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1년 뒤로 연기됨에 따라 찬·반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어 지속적인 격돌이 예상된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국어·한문·외국어·예체능 교과서를 총괄하던 교육부 인문과학편수관을 역임한 유학영 박사(현 교과서박물관 명예관장)를 만나 보았다. 

▶초등학교 한자교육 문제, 어떻게 전망하는지 = 지난 9월 23일 교육부는 “초등학교 한자교육은 관련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하되, 300자를 교과서의 날개단이나 주석, 단원 끝에 표기하여 교육하는 방안을 정책연구를 통해 내년말까지 확정한다”고 발표했다. 크게 뒷걸음질 친 거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본문에서 한자를 괄호 안에 넣는 한자병기는 이미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한자 수도 반으로 줄여 300자 정도를 당초 계획과 다른 표기방식을 통해 가르치겠다고 한다. 그 나마도 정책연구를 통해 검토해 보겠다고 하니 상황에 따라 초등학교의 한자교육은 유야무야 물 건너간 일이 될 수도 있다.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대한 반대가 극심한데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 반대하는 분들의 주장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교육하면 ▲우리의 말과 한글이 말살된다 ▲한글전용이 대세이고 초등 교과서가 한글전용으로 정착되었는데 시대역행이다 ▲한자교육은 언어문화를 퇴행시키고 IT시대에 역행하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한문교과를 설치해 교육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반대한다 등이 주된 이유이다. 

▶그렇다면 교육부 인문과학편수관을 역임한 교과서 전문가로서 초등학교 한자교육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 본인은 한글전용을 반대하지 않으며 표음문자인 한글의 표의적인 보완을 위해 한자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방식이야 어떻든 초등학교의 관련 교과에서 기본적인 한자를 교육해야 한다. 어려서부터 한자를 낯설어 하지 않고 어렵게 생각하지 않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 

▶왜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찬성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안 한다면 = 반대하는 의견에 대해 항목별로 하나씩 반론을 제기하겠다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교육하면 우리말과 한글이 말살된다고 하는 의견에 대해 = 한글은 세계적으로 찾아 볼 수 없는 우수한 문자입니다. 그러나 한국어의 약70%가 한자어이고 전문어의 경우 99% 이상이 한자어이다. 이를 한글로만 표기했을 경우 이해에 어려움이 있고 개념에 혼란이 올 수 있다. 한자어를 정확하고 깊게 이해하려면 기본적으로 이를 생성한 한자를 이해해야 한다.

한자는 2000여년 동안 우리 한민족의 역사·사상·정서·문화를 담아 사용해 온 문자이다. 한글이 우리의 표음문자라면 한자는 우리의 표의문자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자를 아는 것은 표음문자인 한글을 표의적인 면에서 보완해 주는 것이 될 것이다. 또한 한자는 순 우리말로 만들기 어려운 개념어나 학문어 등 전문어를 생성해 어휘를 풍부하게 할 것 이다. 

한자는 중국 글자이므로 한자교육은 사대주의라는 의견에 대해 =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한자는 외국 즉 중국 글자인가? 아니다. 조상 대대로 오랫동안 써온 문자로서 뜻은 빌어 왔을지라도 음운은 중국과 다르다. 이미 우리 음운화가 된 우리의 표의문자라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사람, 심지어 한자교육을 반대하는 사람들조차 이름을 한자로 작명하며 우리의 헌법전문도 한글과 한자를 혼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 성명과 헌법전문도 외국 문자로 썼다는 말인가.

지금 초등학교에서 외국어인 영어도 필수정규교과목으로 되어 있고, 한글을 전용하고 있다는 북한도 초중등 교육에서 한자 2000자를 교육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우리 문자가 되어 쓰여 오고 있는 한자 400~500자 정도를 교육하자는 것을 사대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

40년간 초등학교 교과서가 한글전용으로 정착되고, 이제 한글전용이 대세인데 새삼 고루한 한자병기를 거론하는 것은 시대역행이라는 의견에 대해 = 한 마디로 언어현상과 언어교육의 원리를 외면하는 말이다. 한글전용이 생활에 큰 불편이 없고 대세로 정착되어 간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알고 있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좁은 견해에 불과하다. 영국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가 곧 자기 세계의 지식의 한계’라고 했다. 한자교육을 통한 언어능력의 확충은 곧 자기 세계와 지식의 확장이 될 것이다.

실생활에 한글전용이 불편이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 국민들의 생활과 법적 행정적 행위에서 한자를 몰라 불편을 겪거나 오류를 범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 국민의 언어생활이 원만하지 못하고 국어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은 우려되는 현실이다. 국립국어원(2013)의 ‘국민의 국어능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초 이하만의 문해자가 54.7%에 이른다.

한글전용이 정착되어 가고 한글전용이 대세임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미흡한 국어능력과 언어문화의 현상은 한글전용으로 한자교육을 소홀한 때문이 아니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자교육은 언어문화를 퇴행시키고 IT시대에 역행한다는 의견에 대해 =  언어는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문화를 생성하고 반영한다. 언어가 만들어내는 언어문화는 한 사회와 국가의 주요한 행동 양식과 상징체계를 결정한다. 때문에 한글로 표기할 수 있는 순수한 우리말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표음문자인 한글만으로 만들어내는 언어와 문화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우리의 인명·지명·역사·사건 등은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한자를 몰라 그 언어를 정확하고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그 언어가 만들어 내는 언어문화를 질 높게 영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언어문화를 논함에 있어 우리 언어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한자어를 생성한 한자를 배제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이다.

한편 IT시대에 우리 한글이 가장 적합하고 우리나라를 최강의 IT강국으로 끌어올리는 데 한글이 그 중심에 있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개념과 어의의 혼란이 있는 경우 한자는 표의적인 측면에서 IT시대의 한글전용을 돕게 될 것이다. 

한자교육은 중·고등학교에 한문교과를 교육하고 있는데 굳이 초등학교 때부터 한자교육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에 대해 = 문자교육의 원리와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행적 교육현상을 외면한 진단이다.

언어나 문자교육이 초등학교 이하의 연령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은 보편화 되어 있는 학설이다. 가장 효과가 높은 연령대인 초등학교를 그냥 넘겨 버리자는 것은 비교육적인 처사이다. 지금 중고등학교에서 한문교육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한문 교과목은 선택 과목이다. 그래서 중학생들은 초등학생 때 한자를 배우지 않아서 영어보다도 낯선 한문의 선택을 꺼리게 되고 연쇄적으로 고등학교에서도 선택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제한적으로라도 공교육인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기초적인 한자는 교육해야 합니다. 그러면 중·고등학교에서 한문교과목도 선택이 늘어날 것이고 그 과실은 실생활과 대학으로 연결되어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런데 SNS나 보도를 보면 한자병기 반대의 목소리가 절대적이다. 반면에 찬성은 미미한 현실에서, 찬성하시는 입장에서 어떻게 보는지 = 여론조사는 이해집단의 조사방식에 따라 왜곡될 수 있습니다. 또 반대론자의 접근방식이 노이즈마케팅과 같은 느낌이 든다.

국립국어원(2010)의 조사에서는 초등학교부터의 한자교육을 82% 이상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09)의 조사에서는 교사 77.3%, 학부모 89.1%, 전체적으로는 83.0% 이상이 찬성하고 있습니다. 이를 볼 때 많은 국민이 반대를 하는 것이라 오히려 찬성하고 있다.

그 동안 한자병기를 환영하는 분들은 진정성을 가지고 진지하게 지지의사를 표해 왔다. 다만 겉으로 요란하게 노출되고 있지 않았을 뿐이다. 찬성활동을 펴고 있는 학회나 단체는 많다. 한국언어문화정상화추진회를 비롯하여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사)전통문화연구회, 한국어문학연구회 등의 단체가 주축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지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은 = 개정 교육과정과 교육부 발표를 볼 때 당초의 한자병기의 방침과 의지가 크게 후퇴했습니다. 임시방편으로 미룬 1년 후에 과연 초등학교 한자교육이 흐지부지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초등학교에서 기본한자 400~500자 정도를 교과서의 본문에 괄호 안에 넣어 표기하는 병기방식을 통해 교육했으면 한다.

한자병기가 어렵다면 어떠한 방식이 되든 초등학교에서 관련교과에서 필수로 기본한자의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유학영 문학박사(서울대 사범대학 국어과 졸)

인터뷰 유학영(문학박사) 대표 프로필

(현)한자문화정상화추진회 공동대표

(현)미래엔교과서박물관 명예관장

(전)교육부 인문과학편수관

동국대학교 교육학석사, 성균관대학교 문학박사 

[교육부 인문과학편수관은 인문교과목의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총괄하며 어문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국장급 직책]

 

차수현 기자  chap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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