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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이 절단됐어요."“많이 아프지?”

동맥이 절단됐어요.

 첫 발령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 공동대표


초등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이 그야말로 온전한 놀이시간이다. 아이들은 모두 운동장이나 공터로 몰려나가고, 그 짧은 십 분을 한 시간으로 생각하고 게임을 시작한다. 참으로 신나는 일상이 아닐 수 없다.
2학년 남자아이들이 술래잡기를 시작했다. 도망치는 아이는 필사적으로 숨고 뛰어야 한다. 술래는 뒤늦은 출발을 만회하려면 더 빨리 뛰어 앞서가는 아이의 뒷덜미를 잡아채거나 옷깃이라도 건드려야 술래를 면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전력을 다해 달리던 술래가 앞서가는 아이를 채면서 밀치게 되었고, 밀린 아이는 달리던 속력이 더해져 두 팔을 뻗은 채 땅을 짚고 넘어지게 되었다.
  뚝!!!
왼쪽 팔꿈치 위쪽(상완골)이 부러졌다. 그것도 뼈가 피부 밖으로 튀어나온 개방성 골절이다. 함께 놀던 아이들은 모두 겁먹은 얼굴로 다친 아이를 데리고 보건실로 우르르 몰려 왔고, 그중 술래였던 아이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다. 혼을 내지 않더라도 금방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 다친 아이는 눈가에 말라가는 눈물 빼고는 아프다는 표정이나 말도 없이 의젓하다.

“많이 아프지?”
“... 네”
“괜찮아~ 선생님이 하나도 아프지 않게 해줄게.”

 

소독거즈를 상처에 대고 붕대를 감은 후 부러진 팔을 부목으로 고정시킨 후 몸통에 대고 팔걸이를 하였다. 아이는 신기할 만큼 침착하고 의젓했다. 그때만 해도 학교에 차를 가진 선생님이 몇 분 없을 때다. 수업중인 선생님을 나오시라 할 수 없어 행정실장님께 부탁해서 공주에 있는 나름 큰(?) 병원으로 갔다.

응급실은 환자가 들어오면 전쟁터 같다가도 환자가 빠지고 나면 적막함까지 느껴지는, 마치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흐르는 것이 간호사로 근무했던 나도 적응이 잘 안 되는 곳이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초진이 시작되었고, 바이탈 사인(혈압, 맥박, 호흡)을 체크하더니 담당의사는 
“사고가 났을 때 상처부위에서 피가 많이 났나요?”
“아닙니다. 여기 거즈에 묻은 게 다입니다.”
“이상하네. 왼쪽 손목에서 맥박이 안 잡힙니다. 손도 차고. 내부 출혈이 되었을 수도 있으니 급히 수술을 해야 합니다.”

진단명은 동맥파열(좌측 상완동맥 파열), 각종 검사가 진행되고 응급실에서 수술을 기다리기를 10분. 20분. 30분... 검사가 다 끝나고도 수술실로 가자는 말이 없다.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더니 왜 안하는 거지요?
“네? 아~  저~~ 정형외과 과장님이 수술중이십니다.”
“그래요?”

 

나는 뭔가 이상한 느낌에 즉시 3층 수술실로 올라가 벨을 눌러 간호사를 호출하였다. 수술복을 입은 간호사에게
“우리 아이가 동맥이 파열되어 지금 급히 수술을 해야 합니다. 늦어지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어요. 정형외과 과장님 지금 수술중이신가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응급실에서 과장님 지금 수술중이시라던데요.”
“저~ 제가 응급실에 전화 하겠습니다.”
수술중이라던 말은 거짓말이었다. 응급실로 다시 내려가 항의를 하였다.
“이것보세요! 아이 목숨이 달린 일에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과장님 지금 어디 있습니까?”
“저~ 병원 내에 안 계십니다. 외출중이신데... 연락이 안 됩니다.”
“뭐예요? 아이 생명을 두고 장난해요? 만약,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모두 책임지세요! 지금 당장 모든 검사결과를 내 놓으세요. 다른 병원으로 가겠습니다. 앰뷸런스도 준비해주시구요!”
 그렇게 다른 병원에 가기로 하고 맞은편에 있는 외과 병원에 자문을 구하러 달려갔다. 평소 아이들이 소소하게 다치면 주치의 병원으로 자주 가던 곳이었다.
“원장님 동맥파열 진단을 받았는데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동맥이 파열되었다면 한 시간 이내에 이어야하고, 전자현미경이 필요해요. 대전연합정형외과와 충대병원이 좋겠습니다. 제가 대전연합에 전화해 두겠습니다. 어서 가세요.”

 

앰뷸런스도 준비 못해주는 병원에서 더 이상 따질 시간이 없어 엑스레이만 챙겨 최대영행정실장님 차를 타고 아이 어머님과 함께 대전으로 가려고 하는데 외과 원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전연합정형외과에 알아보니 전자현미경 수술스케줄이 꽉 잡혀서 가도 소용없으니 곧바로 충대병원으로 가라고 하신다. 그냥 무턱대고 갔더라면 낙심하고 헤맸을 일이었다. 이렇게 도와주시는 데 정중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릴 겨를도 없이 대전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그때까지도 아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모르시는 듯 했고, 다치게 한 아이에 대한 원망도 없이 ‘애들이 크다보면 이런 일도 있지요.’ 라고 하셨다. 참 마음 따뜻한 분이다. 이런 분에게 큰 상처가 되지 않을까 너무 겁이 난다.
 

동맥파열이라면 생명도 잃을 수 있고, 다친 곳 아래로 마비가 올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이 예견되었지만 아이와 어머니 앞에서 내색할 수 없었고, 애달픈 마음에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려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평소 잠깐이면 가던 대전이 왜 그리 멀게 느껴지고 우리를 뺀 나머지 세상은 어찌 그리도 평온한지. 제발 아이에게 아무 일 없도록 기도하고 또 기도를 했다. 

실장님은 비상등을 켜고 달리고, 상황이 허락하면 신호도 무시했다.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진료가 시작되었다.
“선생님, 아이가 다쳤을 때 피가 많이 나지 않았나요?”
“네. 여기 거즈에 묻어 있는 게 다입니다.”
“거 참 이상하네. 양쪽 손 온도가 다른 걸 보니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것이고, 왼쪽에 맥박이 안 잡히는 걸 보면 분명...  어머니, 선생님, 잠깐 저 좀 보시죠.”
하고 응급실 밖으로 불러냈다.
“지금 바로 연합정형외과로 가세요. 여기는 수술실이 꽉~ 차서 수술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오고가다 환자가 죽는다더니 수술은커녕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의사의 말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앞뒤 따질 것도 없이 매달렸다.
“의사선생님 제발 아이를 살려주세요. 지금 연합에 들러서 오는 길입니다. 수술에 필요한 전자현미경이 없어서 이리로 온 것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아~~ 저도 야마가 돕니다. 어른도 아닌 애가 이런 상황인 게 너무 불쌍합니다.”
“의사선생님 제발요. 살려주세요. 아무데도 갈 수 없습니다.”
“하~  참나. 그럼~ 응급 수술로 끼워 넣어 봅시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음을 바꾼 의사가 너무도 고마웠다. 울며불며 매달린 결과 아이는 수술을 하게 되었고 진료했던 의사(레지던트 2년차)는 자신보다 위, 레지던트 3년차 전공의를 불러 보고하자 3년차 전공의는
“선생님, 정말 아이가 다쳤을 때 피가 안 났나요?”
이번 의사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벌서 세 번째다. 대답은 같았다.
“피가 안 났다는 말씀이죠. 그렇다면... 아가야, 참아보렴,”
그러더니 다친 쪽 손목을 잡고 죽~~ 잡아당기더니 살짝 놓는다. 부러져 밖으로 내밀었던 뼈가 살 속으로 들어가고 휘어졌던 팔이 반듯하게 되었다. 그러고는 산부인과에서 태아 심장소리를 들을 때 쓰는 도플러를 아이 팔꿈치 안쪽에 댔다. 몇 초간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리더니,
“쉬이익~~~~~~ 툭! 툭! 툭!”
“와~~~ 뛰네요. 동맥이 뛰어요!”
“아가야, 우리~ 내일 수술하자? 하하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차디찼던 아이의 손에 온기가 돌고, 손목에서 맥박이 잡힌다.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부러진 뼈가 동맥을 세게 눌러 혈액순환을 막았던 것이다. 이제 단순한 골절 수술만 하면 되니 응급상황은 면했고 수술은 내일로 미뤄졌다. 아이가 다치고 5시간 남짓 흐른 후였다.


그 후 아이는 한 달간 병원에 입원하였다.
보통 골절로 인해 입원하면 길어야 1~2주, 통원치료를 한 달간 받으면 되는데, 아이는 첫째, 둘째손가락 마비증상으로 훨씬 오랫동안 입원을 해야 했다. 부러진 뼈가 혈액순환을 막고 신경에 약간 손상을 준 것이었다. 다행히 신경학적 재활치료를 해서 정상으로 완쾌되었다. 어찌되었든 아이는 아무런 후유증 없이 학교에 등교하였고 친구들과 또 술래잡기를 하였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병원 문을 들어서면서 바보가 된 느낌이 든다. 간호사인 나도 그럴 진데, 의학적 상식이나 병원 시스템을 모르는 환자나 보호자들은 더 말해서 무엇 하랴.
간호사와 의사가 시키는 대로 진료 받고, 검사하고,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이 아이가 공주에서 한 두 시간 더 지체를 했거나, 골든타임을 놓쳐 영영 팔을 못 쓰게 되었다면 어찌되었을까? 환자 스스로 자신의 건강권을 지켜내고, 의료인은 의료인으로서 윤리강령을 목숨처럼 지키고자 애쓰는 사회는 이미 멀어진 것일까?

 

아니다. 깜박 잊을 뻔 했다. 전문병원을 알아봐 주시며 자문해주신 외과 원장님, 씩씩거리며 야마가 돈다고 이마의 땀을 훔쳐내며 응급수술을 끼워 넣겠다던 그 의사처럼 국민의 건강을 지켜내고자 사명을 다하는 사람이 더 많다. 우리 아이들의 자기건강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고 위험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자질을 길러, 건강한 삶속에서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은 보건교사인 나의 몫이다. 그래서 오늘도 신나는 보건수업을 하러간다.

응급처치 단원을 수업할 때는 어린 상규가 늘 등장하여 팔이 부러지고, 병원에 가고, 수술이 지연되어 하마터면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될 처지의 환자 역할을 한다. 우리 예쁜 여고생들은 긴장감 도는 이야기의 모든 순간을 공감하며 응급처치가 얼마나 중요하고 위험한 순간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열심히 익힌다. 보건수업 시간에는 아무도 졸지 못한다. 호호호.

 

글쓴이 김종림 선생님 활동 경력

학력 및 전공

1. 한국교원대학교대학원 교육행정전공 석사

2. 공주대학교 간호학 박사과정 수료

활동 경력

1. 공주여자고등학교 보건교사(교육경력 19년)

2. 군산대학교(2011), 대전대학교 간호학과 강사(2012)

3. 공주대학교 간호학과 강사(2013-현재)

4. 충남보건교과교육연구회 회장(2009-2013)

5. [보건] 검정, 인정교과서 집필(2010, 2013)

6. 충남교육과정지침개발(보건)(2010, 2011, 2012, 2013)

7. 2009개정 보건교육과정 성취기준개발 연구위원(2012)

8. 충청남도 지역보건의료심의위원회 위원(2012-현재)

9. 충남식품안전발전협의회 거버넌스(2011-현재)

10.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 공동대표(2014-현재)

11. 세종특별자치시의회 보건복지정책 연구회 간사(전)

김부유 기자  rokmc4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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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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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규호 2020-05-08 08:14:56

    잘 봤습니다.그런 상황에서 어엿히 버텼다는 아이를 상상하니 맘이 뭉클하네요. 어려운 상황에서 선생님이 보여주신 노력에 감탄의 박수를 보내요.   삭제

    • 김민정 2014-09-07 09:10:22

      선생님의 글 현장의 느낌이 제대로 전달이 되는 기사 입니다
      세종시 학교등에도 선생님의 글이 책으로 혹은 교재로 만들어져서
      쓰이면 도움이 될 글 이네요.추석명절 잘보내세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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