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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이혼을 결심했다.어머니, 아버지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독 립 선 언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 공동대표 김종림

우리 부부는 이혼을 결심했다.

결혼 생활 11년을 서로에게 원망만 남긴 채 마무리하고자 한 것이다. 

아들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머니~

제가 학교에서 친구랑 싸우고 힘들다며 다른 데로 전학가고,

그 학교에서도 또 싸워 다른 학교로 전학가고…

그렇게 한다면 제가 어떻게 잘 자라겠어요.

어머니, 아버지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아이는 자기 입장에 빗대어 우리 이혼을 말리고 싶었던 게다.

이혼과 전학이라…

그런데 그게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 내년에 이혼하지 뭐. 1년만 더 살아보자.’라고 생각하였다. 그 1년만 살아보자던 것이 13년이 넘었고, 이제는 그때 헤어졌으면 어쩔 뻔 했냐는 농담을 하며 살고 있고, 그때 아이가 대학을 다니고 있다. 

아이의 존재는 그 자체가 매 순간 축복이고 행복이다. 물론 아이에게 닥치는 위기와 좌절에는 나 자신의 일보다 고통스럽고 힘이 든다. 그러나 아이가 혼자 뒤집기를 하고, 혼자 앉고, 혼자 서고, 혼자 힘으로 걸음마를 떼었을 때의 감동은 아이가 다 자라 스무 살 청년이 된 지금도 생생하게 밀려온다. 이렇게 우리는 내 아기가 뭔가 혼자 할 수 있을 때 감사하고 행복했다. 

얼마 전 남편이 자신이 들고 있는 종신보험을 해약하려 한다고 하였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우리 아들이 아주 어렸을 때, 만약 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면 당신과 아이는 교육비와 양육비,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을 거라 염려해서 보험에 가입했던 것이고, 이제 다 자라 자기 스스로 책임질 나이가 되었으니 그 필요성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해.”

“생각해보니 당신 말이 맞네.”

“우리 아들을 독립시킬 때가 되었지.”

“스물 넷. 아직 대학 졸업도 안했는데. 좀 이르지 않아?”

“사실, 우린 아들이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이미 반쯤은 독립했지.”

“기숙사에 들어가면서부터 떨어져 살았으니. 그런 샘이네. 

아이가 독립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온전히 경영하는 것으로, 매 순간 자신과 관련한 일들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에서 오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아들을 떼밀어서라도 독립시키고 싶다. 반면 우리는 독립하는 아들에게 무엇이 가장 걱정일까? 

사랑에 실패하는 것? 직업을 갖지 못하는 것, 돈을 못 버는 것, 사고로 다치거나 아픈 것, 사람관계 든 사업이든 실패하는 것….

솔직히 나는 우리 아들이 사랑으로 많이 가슴 아프기를 바란다. 기왕이면 많은 여인과 사랑도 경험하고 가슴 아픈 이별도 해보고, 눈 먼 사랑으로 발등을 찍는 일이 삶의 과정에 꼭 있기를 바라고 바란다. 그것만큼 진실한 감정의 울렁임도 없으며, 살아가는 동안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하늘이 내린 축복이기 때문이다.

또한 직업을 갖는 것, 돈을 버는 것, 사업을 실패하고 성공하는 것, 대학을 합격하고 실패하는 것, 등에는 크게 걱정되는 바 없다. 아들이 고등학교 때, 가끔 공부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 멀리서 지켜본 적이 있었다. 조용하고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저녁 자습시간에 교실은 열기가 가득한데, 홀로 복도에 나와 날아다니는 날파리인지, 모기인지를 잡아가며 산만하게 공부하는 아이가 보였다. 가만히 책상에 앉아 집중해서 공부할 맘이 없었던 게다. 한마디라도 잔소리가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돌아섰다.

대신, 다음 날부터 맛있는 간식을 저녁 쉬는 시간에 매일 싸다 날랐다. 감동 먹고 스스로 열심히 하기를 내심 바라며 과일이든 주먹밥이든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정성껏 준비해서. 나는 몇 번 쯤 가고, 매일 찾아가는 귀찮은 일은 남편 몫이었다. 남편은 한번 시작하면 끝내,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한다. 덕분에 아들은 3년 동안 럭셔리하게 배불리 지냈다. 그것뿐이다. 초중고 시절 우리를 설레게 하였고, 어쩌면? 하며 기대하게 했던 탁월한 성적은 수능시험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아니 남편이 먹인 정성은 어디로 작용한 걸까?

아들은 성적에 맞춰 선택한 공주대 영어교육과에 입학했고, 우리는 한 가지 타협을 했다. 대학생활의 자유를 선택하려면 기숙사에 들어가고, 함께 살며 넘치는 사랑(귀가 시간 지키기, 집안 일 돕기, 적당한 잔소리 등)을 참아 낼 수 있으면 공주대학교 담장과 붙어있는 우리 집에서 다니기로. 아들은 자유를 선택했고, 우리로부터 독립했다. 제일 중요한 경제적인 것만 빼고.

“아들~ 자주 집에 와야 해? 보고 싶을 거야. 호호호” 

그렇게 고등학교 3년을 기숙사에서 보낸 아들을 다시 대학 기숙사로 내쫒았다. 대학에 들어간 아들은 사범대 학생회 임원이 되어 자주 모임도 하고, 술도 마시고, 친구도 사귀고, 샛노랗게 염색도 하는 등 자유롭게 살았다. 여름방학을 맞아 농활을 일주일씩 다녀오더니,

“어머니, 아버지 저 재수하고 싶어요.”

“지난 번 수능 마치고 재수할거냐고 물었을 때는 전혀 생각 없다고 하더니?”

“선배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눠보니 제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한 번 더 노력해 볼까 해요.”

“좋지! 그런데 힘들지 않을까? 휴대폰은 두고 갈래?”

“아뇨, 제가 알아서 할게요.”

다음 날, 아들은 짐을 싸서 서울로 갔다. 그런데 멀리 떨어진 공주에서도 서울에 있는 아들 녀석이 공부에 전념하는 지, 자유롭던 대학생활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날아드는 휴대폰 고지서의 통화량과 문자 서비스량은 ‘아들 딴 짓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주었고, 재수한 수능 성적표가 확실하게 못 박아 확인해 주었다. 두 번째 수능을 본 날,

“어머니 저 친구 좀 만나고 올게요.”

하며 나간 아들은 얼굴이 벌개져서 들어오더니,

“어머니, 아버지, 저 삼수 해야겠어요.”

“그러렴. 천천히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네 인생이니까” 

친구와 술 마시며, 사범대학을 나와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과정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고, 지금 한 번 더 노력해서 원하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아들의 결정을 100% 존중했다. 얼마든지 인생을 수정할 수 있고 다시 도전해 볼만한 시간도 있다고 생각했다. 설령 거기서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치열한 인생이다.

이번에는 스스로 휴대폰을 정지시키고 올라가더니, 삼수 내내 크고 작은 학원 장학금을 탔고, 결국 수능에서 국, 영, 수 과목을 모두 1등급 맞았고, 자신이 원하던 서울시립대 세무학과에 들어갔다. 

우리는 아이가 초고속 인생을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천천히 가든, 돌아가든, 때론 실패로 쉬어가든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느끼며 주도해가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우리로부터 독립해서 자유롭게 자신만의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거기서 부모로서 끝내 맘 놓지 못하고 기도하는 것은 건강하기를, 건강하기를, 어느 순간에도 건강하기를… 

그래서 건강습관과 관련한 교육은 보건교사로서 노하우를 총 동원하여 가르치고 싶었다. 평생 건강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독립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자립심이야말로 부모로서 물려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건강을 배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제 어머니는 보건교육으로 모든 학생들의 건강권을 지키자는 투사(?)인데, 정작 아들은 보건교육의 혜택을 못 받은 ‘쉰 세대’인 것이다. 

건강을 가르치는 일,

돈으로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는 개념이 아닌, 건강을 총체적으로 가르친다는 개념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건교과를 필수로 만들고 의무적으로 교육하는 데까지 와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네덜란드는 물론 2004년 핀란드, 2007년 영국까지 보건교과를 필수과목으로 채택했다. 미국의 경우 33개 주에서 보건교육의 교과과정 지침 계획을 갖고 있고, 주 정부에서 요구하는 학년별 보건교육 시간은 초등학교의 경우 연간 53시간, 중학교 49시간, 고등학교 29시간이다. 

2007년 우리나라 학교보건법은 "모든 학교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보건교육과 이를 위한 보건교사를 각 학교에 둔다."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그러나 학교보건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중고등학교에서 제한적인 선택과목과 재량 시간을 통해 보건수업을 운영하고 있어 현재 비체계적이고 비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전에는 모든 생활습관과 건강을 가정에서 담당했지만 최근에는 건강문제와 연관된 성폭력·자살 문제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국가에서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내기 위한 법률과 제도를 만들고, 사회에서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건강한 삶과 건강형평성이라는 지향점을 향해 노력해야 한다. 신종인플루엔자, 사스, 에볼라 등 새로이 발생하는 각종 감염병은 국가와 사회, 국민 모두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는 것이다. “어머니~”

“아들~ 군복무하기 힘들지? 요즘 군대내 폭행과 괴롭힘이 많다는데 괜찮아?”

“걱정 마세요. 우리 부대는 정말 신사적이고 서로 존중해요.”

“물은 자주 마시고? 좋은 음식 먹고…”

“언제나 물병을 들고 다녀요. 누구 아들인데요.

어머니, 우리 부대에서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후임이 있는데 그 애가 저를 좋아해요. 그래서 자주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어요.”

“잘했다. 그럴 때 마음이 무겁진 않니?”

“아니요. 왜요?”

“함께 동굴에 갇혀 헤매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구해낼 수 없단다. 밖에 있거나, 거기를 빠져나온 경험이 있거나 하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 일명 전문가라고 해. 후임병을 돕다가 네 맘이 무거워지고 해결할 수 없는 힘든 일이라 생각하면 전문가에게 안내해 주어야 한다.”

“명심 할게요. 어머니도 그러신 적 있으세요?”

“물론 있지. 학교에서 다양한 문제로 아이들과 상담을 하는 데, 특히 자살을 고민하는 아이와 상담을 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힘이 든단다.”

“그럴 때 어떻게 하셔요?”

“아이에게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소개하고, 부모님, 담임선생님과 함께 협조체계를 만들어 긴밀하게 아이를 지지하지. 그리고 나는 이 괴로운 마음을 운동을 하거나 푹~ 쉬면서 풀어버린단다. 그래야 다른 아이들의 마음을 담을 수 있거든.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갖고 고민하는 것처럼 서로를 어렵게 하는 건 없어”

“네. 저도 후임병과 대화하며 제 마음을 잘 살필게요. 무조건 돕는 게 옳은 것만은 아니군요.”

“물에 빠진 사람을 손을 잡아 구한다고 상상해보렴. 구조자의 힘이 약하거나 같아서는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겠지?”

“그러네요. 더 힘이 세거나 구조에 대한 노하우가 있어야겠네요.”

“너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 그게 네가 살아가면서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거야. 사회가 혼란스럽고 전쟁 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나를 따르라!’고하는 영웅적인, 잔다르크 같은 리더를 원하지만, 사회가 안정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일수록 돕고, 지원하고, 어려운 사람의 입장을 공감하는 리더쉽을 가진 사람이 지도자가 되기를 희망한단다. 어려움에 처한 약자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워주는 사람 말이지. 그렇다고 네가 물불 안 가리고 위험한 상황에 나서라는 것은 아닌 거 알지?”

“어머니는~ 후훗. 다음 외출 때 또 전화 드릴게요.”

“아들, 어머니를 더 사랑해? 아버지를 더 사랑해?”

“히히… 똑 같이요~ 안녕히…” 

평생, 아들한테 그 대답을 한 번도 못 들었다. 신기하게도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요 녀석은 ‘어머니, 아버지 똑같이 사랑해요.’ 라고 대답했다.

남편은 딱 한 번 들었다고 주장하는 데 근거 없는 말이다.

아들을 믿는다. 부디~ 건강하렴. 너의 진정한 독립선언을 기다리며…

세종인뉴스 기자  webmaster@sejong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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