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원들, 선거법위반 혐의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

지방선거 공천권의 힘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듯

▲ 대전지방검찰청(사진=세종인뉴스)

[세종=한국인터넷기자클럽] 세종인뉴스 김부유 기자= 검사는 사건에 대한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 처분을 한다(「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제3항제2호나목).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민주당 소속 세종시의회 시의원 7명은 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에 대한 선거운동을 공개적으로 했다.

이들 시의원은 자신들이 소속된 더민주당 후보자가 아닌 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해찬 의원에 대한 선거지원을 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여론에는 "시의원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서 무소속 후보 선거운동을 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했다.

당시 이들 시의원들은 모두 더민주 상징의 선거용 유니폼을 입고 선거지지 유세 연설에서 시의회 의원과 시의회 직책을 언급하며 유권자들에게 무소속의 이해찬 후보가 더민주당 후보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세종시 정가를 뜨겁게 달궜던 이들의 해당(害黨) 행위에 대해 더민주당 당원 A씨는 이들을 선거법위반 혐의 등으로 대전지검 공안부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2회에 걸친 고발인 조사를 통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듯 했으나 이해찬 의원의 더민주당 복당 수순을 관망하는 듯 미온적인 수사로 일관하다 일부 여론에서 이에 대한 의혹을 보도하자 마지못해 해당 시의원들을 소환조사한 것으로 보였다.

▲ 지난 4.13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해찬 의원 총선 출정식(자료사진)

이후 대전지검 공안부는 이 사건 조사 접수를 받은 4월부터 9월까지 약 6개월 동안 결정내리지 못하고 미루다 지난 14일 이들 시의원들에 대해 “증거불충분 무혐의”로 결정 통보했다.

이들 시의원들에 대한 증거불충분 무혐의 처분은 향후 상당한 정치적 물의를 빚을 전망이다.

지방자치제에서 선출직 단체장과 의원들에 대한 정당공천제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소위 “책임정치제”를 말한다.

지방자치제의 단점을 보완하고, 정당공천을 받아 출마 당선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에 대해 '당의 정책을 공유하고 잘못된 일들에 대해서는 당이 책임을 진다'는 뜻에서 국회의원들은 정당공천제의 당위성을 설파하며 정당공천제 폐지에 미온적인 행태를 보였다.

그러나 위의 세종시의원 사례에서 보듯이 정당공천제 유지는 책임정치가 아닌 자신들의 선거운동 하부조직 유지를 하기 위한 소모적인 제도임이 드러났다.

해당 시의원들의 행위는 당시 자신들에게 공천을 준 국회의원과 시장 등이 현직 권력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충성 경쟁을 벌이고 심지어는 시장 측근들까지 나서서 자신의 지지세력을 총력 동원해 특정 개인을 위해 선거운동을 한 것에 지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세종시 정치인 일부는 검찰의 결정이 다음과 같이 차기 선거에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째, 향후 지방선거에서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그 당의 상징 유니폼을 입고, 그 당의 직전 직책을 강조하면서 마치 자신이 그 당의 후보인 것처럼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둘째, 선거공천을 받은 당 소속 후보자가 다른 당 후보자를 위해 공개적으로 선거운동을 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세째, 더민주당 중앙당은 자신들이 위 세종시의원들에 대한 징계처분을 하고 이해찬 의원 복당수순 일정에 따라 이들 시의원에 대한 징계를 모두 해제했다는 점에서 정당공천제 폐지의 근거를 만들었다.

넷째, 이번 검찰의 증거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처분은 향후 세종시 정치 지형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에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하는 경향이 많다. 지난 총선에서 이해찬 의원은 당선은 되었지만 여당의 박종준 후보는 모든 읍·면지역에서 이 후보를 눌렀다. 심지어 이 후보 자택이 있는 전동면에서도 1천105표를 얻어 이 후보(466표)의 2배가 넘었다.

▲ 지난 총선에서 이해찬 의원은 세종시 대부분에서 패배하고도 신도심 3개 동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사진=세종인뉴스)

결국 총선당시 이 후보는 10개 읍·면과 관외·부재자 투표 등에서 박 후보에게 5천914표를 지고도, 최종적으로는 불과 신도심 3개 동의 지지(8천111표)로 7선 의원이 되었다. 더민주 후보라는 점을 각인시킨 것이 승리의 요소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향후 세종시는 어떤 선거에서도 이해찬 의원의 경우처럼 당의 결정에 불복하고 탈당해 그 당의 상징처럼 선거운동을 하고 그 당의 상징색 옷을 입고 그 당의 선거전략을 그대로 인용해 선거운동을 해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공식을 성립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검찰의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이 증거불충분이라는 명분 하에 선거법 위반 협의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은 정당공천제의 근간을 뒤흔든 결정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부유 기자  rokmc4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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