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수업 실시율 법 시행 초기에 비해 급감, 법적 의무에도 미실시 학교 절반 넘어

타 교과시간 빌려 하는 파행, 교과서 없이 수업하기도 해

[서울=한국인터넷기자클럽] 세종인뉴스 차수현 기자= 최근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의 건강실태가 저조하고 해마다 발생하는 감염병 등 질병예방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물론 일선학교의 건강관리와 보건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교사들은 단순한 땜질식 행정조치보다는 선진국형 예방교육이 중요하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보건교육에 연간 1달러를 투입하면 14달러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WHO의 연구결과는 선진국들이 각급 학교에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실시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바 있다.

▲ 충남 보건교사 자체 연수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익히는 보건교사(사진=세종인뉴스)

이에 국회는 2007년에 모든 학교의 모든 학생에게 보건교육을 실시해야한다는 학교보건법을 통과시켰고, 교육부에서는 동법 제9조의 2에 따라 국가보건교육과정을 마련하고 보건교사들이 보건교과서를 사용하여 체계적인 보건수업을 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 송기석 의원(국민의당, 광주 서구 갑)이 조사한 학교 보건교육의 실태를 보면 보건교육은 현저히 퇴색하고 있고, 보건교사의 배치 부족, 자격규정 등 정책적인 지원이 미흡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학생의 건강․안전․성교육 등을 담아내는 보건수업 초·중·고 감소 추이는 심각하다. 초등은 보건수업 실시율이 2016년 현재 2011년에 비해 91.7%에서 27.2%로 급감하였고, 중·고등학교의 경우 보건수업은 38% 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교육청과 학교가 체계적인 보건수업에 대한 법적 의무를 유기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수치이다.

현장의 보건수업 역시 편법과 불법이 판치고 있다. 보건수업이 법적 의무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타 교과를 빌려서 하는 수업이 20~30% 수준으로 상당하다. 이처럼 보건교사의 교권을 무시하면서 교육과정표는 타교과목으로 설정하고 실제로는 보건수업을 실시하는 등 교육과정 원리를 무너트리는 관료행정도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 기가 막힌 일은 보건수업을 실시하는 학교 중 보건 교과서를 구입하지 않거나 학생 일부만 구입하여 사용하는 학교들도 있어서 ‘바구니 교과서’, ‘후진국 보건교육’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시대에 역행하는 보건교육 정책을 교육부 와 각 교육청 스스로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보건교육의 부실한 실태에 대하여 한혜진 보건교사(의왕초)는 “모든 교과의 교사는 학급 수에 따라 복수로 배치되어 있고, 교과서 사용이 의무화되어 있는데 유독 보건교사만 거대학교라도 1인배치만 고집하고 교과서마저 일부만 보급하는 것은 보건교육을 철저히 외면하는 처사”라며 분통을 터트렸고, 학교의 보건수업 파행에 대하여 김미경 보건교사(명학초)는 “보건수업을 의무실시해야 할 학교장이 스스로 보건교육과정을 파행 운영하지 않도록 자성해야 하며 교육청의 감독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며 올바른 교육행정을 요구했다.

▲ 사춘기 청소년의 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 상담역까지 하는 보건교육의 중요성은 선진국 교육에서는 당연한 의무교육이다.(사진=세종인뉴스)

신미수 보건교사(묘곡초)는 “2009년 보건수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초중고에 연간 17차시 이상을 실시하도록 고시를 해서 그나마 학생들과 즐겁게 수업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지금은 교육부가 의무시수를 삭제하고 지침으로 대체하여 의무수업이 감축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하여 현장의 보건교사 3,000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사단법인 보건교육포럼의 우옥영 이사장은 “이러한 현실은 결국 보건수업을 의무화하고 초·중·고의 보건교과를 필수로 지정해야 풀릴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정책의 변화를 주문했다. 한편, 김대유 경기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는 “이제 한국의 보건교육도 OECD 선진국형을 지향하도록 정상적인 보건수업을 실시하고 보건교사의 복수배치를 결정해야 할 시기인 만큼 국회가 교육부를 지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기석 의원실은 이번 국감을 통해 잘못된 보건교육 정책을 바로잡고 나아가 보건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보건교과를 필수화하도록, 보건교사의 자격, 연수, 재교육 등 전반적인 체계를 분석하여 문제점을 밝히고 개선점을 찾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에서는 ‘모든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보건수업을 실시’하도록 한 법률을 지키도록 ‘1개 학년 이상에서 17차시 이상의 보건수업을 실시’하도록 하는 별도의 지침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별도의 지침과 실제 고시 내용에 담고 있는 것과의 학교에서 체감하는 정도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법률 개정의 취지를 준수하여 보건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고시에서 초・중・고 보건수업을 필수로 정해야 한다는 학교 현장과 학부모 다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선출직 교육감은 많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차수현 기자  chaphung@naver.com

<저작권자 © 세종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