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설렘은 축복이다

김미숙(대한민국명품강사1000인회 강사)

▲ 김미숙 강사

읽고 싶은 책이 있어 서점에 갔다. 책이 나오는 날짜에 맞춰서 갔는데 책이 없단다. 출간돼도 책이 서점까지 오려면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예약해놓고는 서점 안으로 들어간다.

어떤 사람은 인터넷으로 사면 할인도 되고 편한데 굳이 서점까지 가느냐고 한다. 요즘은 e-book도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해 스마트폰에 저장해두고 편리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종이로 된 책이 좋다. 한장 한장 넘기면서 느껴지는 손끝의 촉감이 좋다. 사각거리는 책장 넘기는 소리가 하나의 음악처럼 정겹게 들린다.

조금 불편해도 나는 서점이 좋다. 책들 사이를 천천히 기웃거리며 노는 재미도 쏠쏠하다. 기분이 우울할 때는 서점에 들어가 시집 한 권을 집어 든다. 손끝에 닿는 대로 꺼내 읽다 보면 거짓말처럼 위로가 되는 시가 있다. 이 얼마나 즐겁고 경제적인가, 책을 사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것도 소소한 기쁨이다.

책을 집어 들고 첫 장을 넘기며 어떤 내용 일까 하는 기대와 설렘을 즐겨본다. 가끔은 표지나 제목만 보고 넘겨봤다가 실망하기도 한다. 때로는 커다란 기대 없이 무심코 넘겨보다 한순간에 가슴으로 들어오는 책도 있다. 그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시간이 허락할 때는 책을 들고 편안한 찻집에 가서 천천히 읽는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중년이 되면 동안보다는 동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작은 들꽃을 보고 허리 숙여 바라보고 예뻐하는 마음, 나풀거리는 나뭇잎에도 감동할 줄 아는 소녀 감성이 필요하다. 감성이 풍부한 사람은 작은 일에도 고마워할 줄 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작은 배려를 할 줄도 안다. 나이 들수록 자신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 나이 들어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굳이 보톡스를 맞고 수술을 하는 호들갑은 떨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 나이에 맞게 고운 주름이면 족하다. 조금 욕심을 낸다면 나이보다 몇 년은 젊어 보인다는 인사에 만족하자. 나이 들수록 편안해지고 넉넉해지는 여유에 감사하자. 가끔은 친구에게 꽃을 선물하는 여유를 가져볼 필요도 있다. 한 다발이 아니어도 좋다. 꽃 한 송이 또는 길가의 작은 풀꽃이어도 충분하다.

꽃을 받고 기뻐할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면 설레고 행복할 것이다. 나이 들면 받는 기쁨보다 나누는 행복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 작은 것에 고마워하고 설레는 중년의 감성은 소중한 선물이다. 그 무엇보다 큰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올가을에는 좋은 친구와 낙엽 지는 숲길을 걸으며 단풍보다 고운 감성을 나누면 어떨까.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단풍보다 고운 중년의 감성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신길수  openc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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