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유 교수 칼럼〉

박근혜 정부 이후의 교육부 관료개혁, 교육부의 관료들

▲ 경기대 김대유 교수

[세종=한국인터넷기자클럽]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김대유 교수= 국정화 교과서 파동으로 교육부는 또 다시 갈지자 행보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처음부터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갔었기 때문이다. 문제투성이 교육부다.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는 지적도 많다. 교육부는 진작 ‘국민 교육부’가 되지 못하고 ‘관료 교육부’로 전락한지 오래다.

교육부가 국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조직개편을 해야할까? 교육부에는 500여 명의 일반직(행정직 등)과 60여 명의 교육전문직(연구사 등)이 있다. 그들의 업무는 각기의 특성에 따라 황금 분할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일반직이 교육전문직을 실무자로 배치하여 운용하는 피라미드 식의 계급구조를 유지한다.

교육전문직은 대부분의 국․과장을 일반직에게 내주고 그 밑에서 행정업무의 보조를 봐주고 있는 셈이다.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교육연구사 시험을 통해 선발된 교사출신 전문직이 교육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교육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일일까? 아니면 새로 행정을 배워서 일반직들과 경쟁하는 일일까? 생각건대 두 가지 모두 불가능한 일이다.

교육전문직(이하 전문직)은 행정의 전문성 측면에서 당연히 일반직의 적수가 될 수 없고, 교육정책의 결정권 또한 상급자인 사무관, 서기관, 부이사관 등의 행정직에게 있다. 교육부에서 6급 상당의 연구사와 실권이 없는 3,4명의 전문직 과장들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만약 전문직에게 이러한 계급적 모순의 극복과 행정연수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숙제는 남는다.

교육부에 온 연구사·장학사들의 꿈은 애시 당초 교육의 전문성이나 행정의 달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빨리 교감․교장으로 승진하는 데 있다. 전문직은 교원의 한 축이지만 법적으로 교원이 아니고 평교사를 대표하거나 대변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

그렇다고 교육정책을 결정하거나 교육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들이 나아가야 할 교장직에 대한 보호와 지원책에는 목숨을 걸만큼 애착을 가져야할 당위성은 있다.

그 점에서 전문직은 참으로 정체성(identity)이 모호한 집단이다. 전문직은 선생님도 아니고 행정가도 아니며 교육정책 결정권자도 아니고 교장·교감도 아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학교로 가면 교장, 교감이 되고 거의 모두 교총의 주요 회원이 된다. 다시는 평교사로 돌아 갈 일이 없으니 교사집단과도 유리된다. 대학총학장이 보직을 끝내고 다시 평교수로 돌아가는 동질성도 그분들에게는 없다. 그러니 교육부의 일반직 입장에서 전문직들은 당연히 행정의 실무자일 뿐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의 상급자인 일반직들은 한결같이 이들 전문직을 통해 학교 현장의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고정시킨다.

일반직들은 전문직을 여전히 교사로 보지만 전문직들은 자신이 더 이상 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로 회귀할 때는 교감·교장이 되기 때문이다. 이 간극이 낳는 결과는 참혹하다. 스스로 교사를 떠나 교사집단을 지배해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전문직에게 교사의 존재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타자일 뿐이다. 일반직에게 교사가 무엇인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설명해주어야 할 의무나 사명감이 전문직에게 있을 리 없다.

아마도 전문직들은 일반직들에게 부지런히도 교사가 얼마나 무능한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마땅히 교육받고 평가받고 연수를 받아야 할 대상일 뿐이라는 것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체로 지배해야 할 타자에 대한 설명이 그리 친절할 리는 없을 것이다. 이치가 그렇다.

▲ 교육계는 교사와 학생을 진정으로 지원할 수 있는 관료개혁을 새로운 정권의 내각에게 주문하고 요구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 이후의 교육부 체제 개편 과제를 생각한다.(사진=세종인뉴스)

그러므로 교육부 일반직의 눈에 비친 교사는 이 땅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스승도 아니고, 학교를 책임져야할 교육전문가도 아니다. 승진에 목마르고 불평이 많고 행정업무에 서투르며 늘 열등감에 시달리는 ‘행정보조’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일반직의 눈에 교사와 교육전문직의 존재의의가 다르게 보일 리 없다. 교사는 그저 ‘교육전문직2’ 즉 전문직의 아바타로 보일 것이다. 내가 만난 소수의 사려 깊은 전문직들은 바로 이점에 대한 경계심이 역력하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그들이 학생을 바라볼 때는 무슨 생각이 들까?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사람은 제도의 산물이다. 교사가 교사답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외면 받는 현실의 이면에는 교육부의 직제 구조가 한 몫을 차지한다. 학교에서 교사 한 사람이 처리해야 할 공문의 양은 연간 수백 건에 달하고, 각자 담당해야 할 사무분장은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예컨대 대도시에서 그리 큰 규모가 아닌 30학급 수준의 학교에서 교과서를 담당하는 교사는 수만권의 책을 신청하여 배분하고 처리하는 양이 학교 앞 서점 하나를 운영하는 것보다 작지 않다.

방과 후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교사가 맡아야 할 입출금 업무와 강사 관리의 업무는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것보다 결코 작지 않다. 수시로 바뀌는 개정 교육과정의 시수를 조정해야 할 수업계 교사에게 수업은 부업이다.

이 모든 행정업무가 가르치는 것에 우선하여 근평과 성과급의 지표가 되는 것은 더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교육부 일반직에게 이러한 교사의 모습은 자신들이 수정해주어야 할 모순된 현실로 비쳐지지 않는다. 교사에게 그 모든 것은 잡무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업무라고 생각한다.

또한 승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행정력을 길러서 마땅히 감당해야 한다고 여긴다. 전문직을 대하는 시선으로 교사를 보기 때문이며 상관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면서도 일반직들은 책임만 지지 않을 뿐이지 주요한 교육정책은 모두 자신들이 결정한다.

교육부 체제개편의 과제

이러한 일반직 및 전문직의 시선에서 입안되고 배분되는 교육부의 행·재정은 늘 교사를 비켜간다. 30학급 규모의 중학교를 기준으로 볼 때 학년별로 1명씩 10명 이내의 사무보조와 학습조교를 배치하면 교육과 행정을 분리할 수 있지만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일반직에게 교사의 사무분장을 교육에서 떼어내는 것은 낭비이며, 교총과 전교조 역시 교원 수를 늘리는 것은 찬성하지만 회비 수입이 되지 않는 인턴직원을 채용하는 것에는 난색이라는 점에서 이해관계의 충족이 이루어진다.

교육부의 일반직은 그 엄청나게 굴절된 시선과 사고를 지닌 채 교원정책을 수립하고 장․차관에게 결재 받아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모든 책임을 현장의 교사에게 떠다 넘기는 관행을 천연덕스럽게 반복해 왔다. 고질병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이 반복되는 것은 교육부의 일반직 및 전문직에게도 이롭지 않다. 이는 새로운 정치권이 등장할 때마다 ‘교육부 폐지론’이 대두되는 동인과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증명하는 것은 더 쉽다.

만약 교육부에서 교육전문직을 떼어내면 일반직은 그 순간 더 이상 교육전문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행정직’이며, 곧바로 해체되거나 노동부와 합쳐져도 무방하다.

일반직 입장에서는 그래도 교육부가 존재해야만 교육부와 교육청, 대학으로 오가며 관료로서 만족한 삶을 계속 누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 스스로 토론하고 논의하여 열린 교육행정의 직제 개편을 창출해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교육전문직 역시 교육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일반직과 대등한 보직을 누리고자 한다면 승진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로 복귀할 때 교사로 돌아가거나, 선진국의 경우처럼 한번 떠난 교단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말아야 하며, 특별한 분야는 과감하게 개방하여 교수 등에게 겸임 장학사를 맡기는 등 다원화해야 한다. 그들이 진정으로 교사와 학생 곁에 있을 때만이 교육자다.

교육계는 교사와 학생을 진정으로 지원할 수 있는 관료개혁을 새로운 정권의 내각에게 주문하고 요구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 이후의 교육부 체제 개편 과제를 생각한다.

김대유 기자  dae58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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