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세상] 보건교사 정교사 간담회 현장 스케치

글 : 효성 서초등학교 우윤미교사

“선생님! 저 휴지로 막고 이렇게 하고 왔어요.” 며칠 전 손가락 사이로 코피를 질질 흘리며 숨차게 보건실을 뛰어오던 5학년 아이가, 콧구멍을 화장지로 틀어막고 손가락으로는 콧등을 누르면서 보건실로 들어섭니다.

주말에 집에서 라면 끓여 먹다가 손을 데었는데 “보건수업 시간에 배운대로 찬물에 한참을 담구었어요” 자랑을 하는가 하면,

가끔은 오만상을 다 쓰면서 “이번 달에도 또 아랫배가 아파요” 라며 이제는 진통제가 아닌 찜질팩을 찾아 보건실 한 켠을 차지하는 여학생도 있습니다.

반면, 쌍코피가 터져도 화장지 하나 쥐어주지 않은 채 아이를 5층 교실에서 보건실로 100미터 달리기를 시키거나, 감기가 올똥 말똥한데 초기에 잡아야 한다며 종합 감기약과 쌍화탕을 수시로 복용하는 어른들도 있지요. 아이들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보건교육은 어렸을 때부터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 지난 27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장에서 보건교사 정교사 법제화 토론간담회장에서 학교 현장의 실상을 발표하는 우윤미 교사(사진=세종인뉴스)

임상에 있을 때, 불확실한 생사 앞에서도 병든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막연한 불안과 무지가 더해져 고통에 떠는 환자가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술이나 담배로 인해 말기암이나 불치의 진단을 받고 투병하는 것을 보며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탓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며 국가의 책임이라고 느꼈고, 학교라는 교육기관에서 보건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보건교사의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가 바로 보건교육이구나 확신했습니다.

역시, 국회와 교육부는 정의로웠습니다. 2007년 모든 학교 모든 학생에게 보건교육을 하도록 하는 법이 만들져 2009년부터 의무적으로 보건교육을 했습니다. 그런데 해가 지나면서 법의 취지와 달리 제대로 된 보건교육을 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5학년 2학기와 6학년 1학기 1년간 집중이수제 형식으로 효과적인 보건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몇 년전부터 보건수업 시수가 고무줄 마냥 늘었다 줄었다!, 실시학년도 이학년 저학년!, 그때 그때 달라요! 입니다. 학교에서는 담임교사와 전담교사의 수업시수를 먼저 배정을 한 다음에 담임교사의 수업이 과중한 학년에 보건수업 시수를 3~4시간 씩 나누어 주는 식으로 수업하라고 합니다.

올해는 특히나 1,2학년에 안전교육이 포함되면서 저학년 담임의 수업시수가 늘어나자 늘어난 시간을 보건교사가 했으면 하는 눈치입니다. 5,6학년에 보건교육과정이 버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건교육은 땜빵 취급입니다.

그리고 거대학교에서는 하루 50명 이상 100명까지 아이들이 밀려오는데 응급처치와 건강관리, 보건수업 등 혼자서 모든 것을 담당하므로 그 많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서비스를 해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불만 가득한 아이들도 짜증나지만 이정도 되면 보건교사의 짜증도 1 플러스 1이 되지요. 다른 교과교사들은 학생 수에 비례하여 증원을 하지만 정교사가 아닌 보건교사는 학교가 크건 작건 무조건 1명만 배치되고 그러다 보니 큰 학교의 아이들은 보건교육과 응급처치, 건강상담도 제대로 못 받게 됩니다.

또한 보건교사 TO를 확보하지 못해 기간제 보건교사가 배치되다 보니 어느 지역은 1/4 정도의 학교가 기간제 보건교사인 지역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교에서는 기간제보건교사에게 보건교육은 하지 말고 다친 아이들만 잘 보라던가, 아니면 보건교사의 직무가 아닌 시설관련 업무나 부당한 행정업무 등을 조건으로 채용을 하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 그 선생님도, 보건교육은 안하고, 정식 보건교사가 있을 때는 주지 않던 업무를 본인에게 줘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며 곤란해 합니다.

어느 신규보건교사는 다른 교과교사들은 모두 정교사 자격인데, 그들과 동일하게 선택교과로 보건을 가르치고, 대학에서 교직과목 이수하고 중등 임용시험에 합격한 이 모든 것이 동일한데 왜 보건교사만 정교사가 아닌지 차별 받을 이유가 없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보건교육과정이 지속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충분한 처치와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아이들 앞에서 보건교육과 학생 건강관리라는 법적 직무를 잘 이행하지 못하는 우리는 이러려고 보건교사가 되었나 하는 자괴감 마저 들고..

보건교육을 통한 건강에 대한 알 권리도 보장 받지 못한 채 자신의 건강과 이와 관련된 미래의 삶의 기술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안타까운데..

이 자괴감을 떨칠 수 있도록, 또한 아이들이 건강한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도록...

이제 우리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이들을 위한 희망을 안고 이 자리에 선 한 보건교사의 현장 스케치 였습니다.

조순희 기자  ston5609@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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