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교수의 서재풍경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고려대학교 과학기술대학 식품생명공학과 이진협 교수

   
이진협 교수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했듯이, 잔인하지 않은 사람들의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잔인한 사회를 가능케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별히 부도덕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가운데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고, 또 그 대가를 함께 치르고 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무관심한 어조가 타인에겐 절망이라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지만, 따뜻한 ‘말 한 마디’와 ‘표정’이 그들에겐 희망이라는 큰 선물이 될 수도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소설을 통해 바로 타인에게 보낸 편지 한 장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용기를 얻고 살아갈 희망을 건져내는지 그린다. 독특하게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절망을 치유하는 희망의 도구로서 환상추리 기법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빈집에 숨어든 도둑 세 명이 있다. 그들이 몰래 숨어든 곳은 바로 먼지가 뽀얗게 쌓인, 30년 전에 나미야 유지씨가 운영하던 잡화점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편함에 고민을 상담하는 편지가 오고, 그들이 장난 삼아 보낸 답장에, 다시 사연의 주인공이 편지를 보낸다. 빈 집에 편지를 보내는 이는 누구이며, 인적 하나 드문 곳인데 답장을 넣어두면 바로 사라지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바로 가게 앞 셔터의 우편함과 가게 뒷문의 우유 상자는 과거와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과거의 누군가가 그 시대의 나미야 잡화점에 편지를 넣으면, 현재의 지금 이곳으로 편지가 들어온다는 것.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지? 싶은 의문 조차 들지 않도록, 인물들의 삶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이 신비로운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수십년 전 나미야 할아버지는 이곳에서 사람들에게 고민 상담을 해주었다. 처음엔 가볍게 아이들의 장난 같은 상담에 답장을 해주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진지한 고민들이 할아버지의 우편함에 쌓이기 시작하게 된다. 도둑 셋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30년이라는 시간차를 두며 고민 편지를 주고받는 과거의 사람들과 잡화점 할아버지의 기묘한 환상 세계에 들어선 것이다. 제 앞가림 못하는 얼치기 삼인조 도둑 셋이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일이 가능할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고민은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다. 모두가 나미야 잡화점의 할아버지에게 온 편지들이라지만, 답장은 자신들이 고백하듯이 ‘제 앞가림도 못하는 좀도둑’일 뿐인 이들 셋이 한다. 그럼에도 고민 상담을 하는 이들은 저마다 나미야 잡화점의 답장 속에서 용기를 얻고 답을 찾는다. 이유가 뭘까?

나미야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몇 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 상담자들은 모두 저 나름의 답을 이미 갖고 있다는 것을 나미야 할아버지는 알고 있다. 그들이 편지를 보내오는 이유는 결국 자신의 답에 확신을 얻기 위함이라고 그는 말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타인의 언어가 가진 위력을 찾아볼 수가 있다. 절망의 답을 내놓는 이들에게 희망이라는 환한 촛불을 밝혀주고, 자신의 결정을 믿지 못하는 이들에게 힘을 북돋는 일! 알베르 카뮈가 [시지프의 신화]에서 서술한 “절망적인 사람의 한 친구가 그에게 무관심한 어조로 말하지나 않았는가를 알 필요가 있다. 바로 그 자가 죄인이다”라는 표현대로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어조’로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 문학을 통해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팠을까?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도둑들 조차도 타인에게 희망의 언어를 선물할 수 있다는 이 소설의 설정은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에 두고 있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생물도 홀로 생존할 수도 또 존재할 수도 없다. 그래서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 누군가의 공기가 되고 바람이 되고 햇볕이 되는 법이다. 나미야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는 “인간의 마음 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라는 말 속에서 보여지듯이 우리가 타인에 대한 인연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는 것이 희망과 기적의 출발이 아닐까? 그 점에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온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들을 줄 아는 삼인조 도둑 중의 한명인 ‘모모’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들이 이런 ‘기적’을 믿지 못해서 테스트하려고 넣어둔 백지 편지에 대해 나미야 잡화점의 마지막 답장이 온다.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나미야 잡화점"

글쓴이 : 이진협(Jin Hyup Lee)교수 경력

2007-2011 학교명 :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USA

               전공 : Biochemistry and Biophysics   학위: Ph.D. 

최종학위논문명: Circadian clock disruption improves the efficacy of chemotherapy through p73-mediated apoptosis

주요경력: 2012-2014 기관명: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USA        직위 : Research Fellow

                             주요업무 :  Circadian control of cell cycle

2011-2012 기관명 :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USA  직위 : Postdoctoral Fellow

               주요업무 : Circadian control of DNA damage response

 

 

편집국장 김부유  rokmc482@hanmail.net

<저작권자 © 세종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집국장 김부유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
[포토] 국립세종수목원 다윈난 개화
[포토] 별들이 흐르는 충북도의회 청사
[포토] 세종시의회 상병헌 의장, 대한적십자사 특별회비 전달
[포토] 세종시 금강수변상가 상인들 최민호 시장! 상병헌 의장 감사 현수막
제72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식, 축사하는 김태성 해병대 사령관
[포토] 한국 두메부초 꽃의 아름다움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