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직 보건교사가 쓰는 학교 현장의 사ㆍ춘ㆍ기 느낌

서현초등학교 보건교사 유남숙

“빈 칸에 들어갈 단어가 무엇일까요?”
“청소년?”, “성장?”, “사춘기?”

“사춘기예요, 여러분이 표현한 것처럼 어른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이지요! 여러분 중에 자기가 사춘기라고 느끼는 사람 있나요? 뭐 때문에 사춘기라고 느끼는지, 그리고 그때의 느낌을 적어 봅시다.”

6학년 아이들에게 사춘기인지 물어보면 대부분 “아니다, 잘 모르겠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6학년이면 사춘기라고 말하는데 정작 본인들은 사춘기인지 실감이 안 나나 보다. 

그래서 예전과 다르게 요즘 자기에게 나타난 몸이나 마음의 변화 하나를 적어 보라고 하면 많은 아이들이 “나도 모르게 이.유.없.이. 짜증이 난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몸의 변화보다 마음의 변화를 더 느끼면서도 정작 사춘기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는 것이 이상하다, 엄마가 괴로워하고 슬퍼해서 나는 고치고 싶다, 주위 사람들한테 미안하다, 엄마는 아직 내 몸의 변화가 없어서 사춘기인 줄 모른다, 어른이 되려고 그러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런 걸 보면 짜증내는 것에 대한 양가감정으로 괴로워하면서도 성장하고 있음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어른들은 사춘기 아이들이 나사 하나 풀린 것처럼 개념 없어 보인다고도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혹독하게 성장통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사춘기를 왜 思(생각, 사), 春(봄, 춘), 期(기간, 기)라고 썼을까?”라고 물으니, 사춘기가 봄 날씨 같아서 그런 거 같단다. 그럴 것이다. 인생을 사계절로 비유했을 때 사춘기는 봄 날씨처럼 변화무쌍하다. 

그런 변화를 겪으면서 꽃이 피고 홀연히 열매를 맺는다. 뇌과학을 통해 사춘기 시기는 전두엽이 리모델링되고 감정은 홍수를 일으키는 때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변하는 몸과 더불어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도 살뜰히 품어준 조상의 지혜에 감탄하며 자기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감정 변화와 행동들이 왜 그런지를 알게 되었다고 안심한다.
 
이러한 사춘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성이다. 성은 인생의 필수요소이자 기본이며 모두의 관심사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문화적으로 과소 혹은 과대평가될 때 왜곡된 성가치관을 갖기 쉽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성의 의미와 가치를 함께 나누기 위해, 일상생활 속에 감춰진 성과 관련한일들을 중심으로 한 인생 그래프를 보여주고 성을 문장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성은 인생이다, 인생에 꼭 필요하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삶의 과정이다, 행복․슬픔․즐거움의 종합 선물이다,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특히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초등학교 5,6학년 시기는 성적 호기심과 더불어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이므로 더욱 민감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 일상생활 속 ‘성’과 ‘사춘기’를 제대로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터넷이나 친구들을 통한 떠도는 이야기에 오염되기 전에 말이다. 

사실 아이들마다 가지고 있는 성지식과 가치관, 개인적인 경험들이 다르기 때문에 성교육을 잘하기가 녹녹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성교육의 첫 시간은 정말 중요하다. 

성적 호기심을 채우기 전 성적 사건인 ‘사춘기’를 겪는 자신을 바라보며 인간답게 살아가기를 나누는 시간, 편안하고 자연스러우면서 매너 있는 시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기가 경험하는 사춘기는 어떤지, 친구들은 어떻게 느끼는지를 공유하고, 함께 사춘기를 경험하는 친구들에게 격려의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 시작 때 사춘기가 아니라고 했던 아이들이 자기가 사춘기에 접어들었음을 인정하고, 자기의 경험을 토로하다보니 분위기는 한결 자연스럽고 편안해졌다. 문장의 길이와 상관없이 서로 주고받은 말들을 보자니 ‘감사하다, 기특하다, 안심된다.

첫 시작이 괜찮구나, 다행이다’ 등이었다. 키득거리면서도 진지한 자세로 자신의 사춘기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서 자기를 돌아보고, 친구에게 위로와 격려의 글을 남기면서 안심하며 동질감을 느끼는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내 마음도 반짝였다.

조순희 기자  ston5609@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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