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직보건교사의 "마음과 몸에 붕대를 감아주는 보건실

길음중학교 보건교사 백경화

[세종인뉴스 백경화 기고문] 「붕대클럽(텐도 아라타 저서)」이라는 책을 보면 10대의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을 위해 상처를 받았던 장소에 가서 붕대를 감아주는 장면이 나온다.

『 “우울했던 일, 납득이 안 갔던 일, 못 참을 일이라며 마음에 쌓아두었던 일들, 그 감정에 붕대를 감았더니 이름이 붙은 거야. ‘상처’라고 말이야. 상처받으면 아프고 누구나 침울해지는 게 당연해. 하지만 그래봤자 상처일 뿐이니까, 치료하면 언젠간 분명히 낫는 거잖아.” 』 상처는 치료하면 나을까?

보건실은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방문하는 공간이다. 친구들끼리 만남의 장소로, 휴식 공간으로. 다양한 목적으로 오기도 하지만 우선은 상처받은 몸을 위해 방문한다. 어떤 아이는 작은 상처 하나에도 5~6명의 친구들이 따라온다. 

소독약을 바를 때 친구가 아파하면 같이 공감하고 손을 잡아준다. 상처가 나서 아프지만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어 든든하다. 어떤 학생은 매번 혼자 조용히 찾아온다. 아파서 식사도 못 하겠다고 점심시간 끝까지 침대에서 쉬고 있어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쉬는 동안 잠시라도 마음이 평안해지길 바라며 불을 꺼주고 적외선 치료기도 켜주고 보건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보지만 외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밥을 못 먹어 속이 비었을 아이를 위해 보리차를 건넨다. 

마음이 아픈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툭 꺼낸다. 고등학교 입시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성적 저하로 엄마에게 혼나고, 친구와 싸워서 무리에서 벗어나 외톨이가 된 이야기… 함께 나누고 격려하는 동안 보건실은 몸과 마음의 치유 공간이 된다.

조용한 순간도 잠시, 학생들이 몰려오고 보건실은 왁자지껄 시끄러운 공간이 되지만 잠시라도 힘을 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아이는 교실로 돌아간다. 또 다른 아이가 온다.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파서, 잠을 못 자서, 감기 때문에 힘들어서… 때로는 선생님과 상담 후 울 공간이 필요해서, 사귀던 친구와 헤어져서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금연을 결심하기 위해… 마음이 빈 아이들은 흡연이나 음주의 유혹에도 금방 넘어간다.

아이들의 마음이 불건강한 이유 중에 욕도 한 몫 한다. 보건실에서 치료를 하다가 때로는 귀를 정화하고 싶을 때가 있다. 좋은 말을 쓰라고 해도 잠시 조심할 뿐 아이들은 욕을 섞어서 이야기를 나눈다. 

욕이 어느 순간 일상화되어 있다. 패드립('패륜적 드립'의 줄임말. 부모님이나 조상과 같은 윗사람을 욕하거나 개그 소재로 삼아 놀릴 때 쓰는 말), 섹드립(성적인 드립의 줄임말) 이라며 이상한 이야기를 마구 던진다. 성(性)과 관련된 언어들은 특히 신중해야 되어서 항상 조심스럽고 함부로 이야기하면 성폭력이 된다고 계속 교육을 한다. 

언어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은 재미를 위해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마구 던진다. 친한 친구끼리 일상어처럼 사용하다가 사이가 안 좋아서 함부로 말을 던지면 얼마나 마음에 상처를 줄까 걱정이 된다.

중학교 보건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물품은 붕대다. 농구, 축구, 배구, 달리기 등 스포츠 활동뿐만 아니라 계단, 복도, 운동장 등 다양한 공간에서 미끄러지고 넘어져서 염좌, 골절 등 근골격계 질환으로 오는 학생이 하루에만 2~30건이 넘는다. 기본적으로 아파서 오는 학생들이 70명에서 많을 때는 100명이 넘어가니 1/3 정도를 차지한다.

수업시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 어느 한 시간도 조용할 틈 없는 보건실이다. 보건 수업을 하러 갈 때도 “어디 가냐”고 붙잡는 아이들을 헤치고 복도를 달려간다. 수업이 끝나고 오면 복도에 모여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숨 돌릴 틈이 없다. 그래도 보건실이 있기에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집에 간다는 학생들을 보며 힘을 낸다. 때로는 조금 다쳐도 멋을 위해서 또는 아파 보이기 위해 붕대를 감아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지만 붕대가 학생들의 몸과 마음의 지지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감아줄 수 있다.

오늘도 수없이 많은 아이들의 마음과 몸에 붕대를 감아주며 응원의 글을 남긴다. “상처는 상처일 뿐이야. 언젠가는 회복될 거야. 반드시… 힘내자! 아이들아!”

조순희 기자  ston5609@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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