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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을,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다

[기고] 가을, 첫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다

한국성교육연구회(창천중학교 보건교사) 박종훈

청소년의 성과 사랑은 순수하고 뜨겁다.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뜨거운 가슴으로 아이들은 사랑을 한다

[세종인뉴스 조순희 기자] 엉엉 대성통곡을 하며 친구들과 우르르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온 중3 P. 

체육시간에 단체줄넘기를 하다 넘어졌다는데 아무리 돌아봐도 상처 하나 없다. 함께 몰려온 친구들을 내보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용히 물었다. “그 애 앞에서 大자로 뻗어서 넘어졌단 말이에요. 얼마 전에 헤어진 그 애 앞에서요. 죽고 싶어요.”하며 또다시 엉엉 운다. 얼마나 속상할까 싶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얼마간 울고 난 후에도 너무 쪽팔린다며 그 애가 자기를 분명 봤을 텐데 이제 어떻게 사냐고 한다. 문득 나의 중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1994년 그해 봄. 설레던 그 순간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난생 처음 입어보는 남색 플레어스커트에 남색 재킷 교복을 입고, 수줍고 떨리는 마음으로 학생회 임원회의에 참석했다. 

발그레한 볼에 귓불까지 자른 어색한 단발머리, 갓 중학교를 입학한 나는 그곳이 정말 어마어마한 곳처럼 느껴졌고, 2·3학년 선배들이 한없이 대단해 보였다. 그곳에서 심장이 ‘쿵’하고 멈춘 첫눈에 반한 첫사랑이 나타났다. 

얼굴은 한없이 달아올랐고 모든 사람들에게 내 맘을 들킨 듯 안절부절못했다. 3학년인 K오빠는 1반 반장으로서 학생회 대표로 선배들과 후배들의 상견례를 주관했다. 드디어 내 소개 차례다. 

오빠가 나를 지목했고 나는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렇게 나는 운명적인 사랑이 나타났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당시 하늘같은 선배님에게 어떻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으랴. 기약 없는 우연을 바랄 뿐이었다.

며칠 후, 학급 환경미화를 위해 반 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던 방과 후 어느 날. 교실 뒷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1학년 3반! 잘되고 있니?” 어디선가 들어 본 목소리가 들려 왔다. 뒤를 돌아본 순간 온 몸이 확 달아올랐다. 

K선배가 서있는 것이 아닌가! 친구와 함께 후배들 교실을 돌면서 격려를 하던 중인 듯 했다. 오빠들은 교실로 들어와 자연스럽게 우리들과 이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었다. 

이게 웬 횡재란 말인가. 나는 반장을 하길 참 잘했다고,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날부터 ‘내가 보고 싶어서 우리 교실에 왔나?’에서부터 ‘오빠가 나에게 사귀자고 하면 어떻게 하지?’까지 별별 즐거운 상상을 다했다. 그리고 오빠네 동네에 사는 친구를 포섭해서 온갖 개인사를 캐내고 아무 일이 없어도 알리바이를 만들어 친구와 함께 오빠네 교실에 가기도 하고, 선생님들의 심부름 중 3학년 교실로 가는 심부름은 열일 제쳐놓고 달려갔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런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세월도 무심하지, 나는 고백을 받지도 또 하지도 못 한 상태에서 K오빠의 졸업을 맞이했다. 헛헛했지만 희망은 있었다. 대학에 가서 만나리라. 진심이었다. 공부를 죽어라 하지는 않았지만 대학 캠퍼스에서 우연히 오빠와 마주치는 상상을 하며 행복하게 공부했다.

그렇게 몇 년 후인 고등학교 1학년 어느 날. 친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K오빠의 사망 소식이었다. 몇날 며칠을 오열하고, 울고 또 울었다. 사실이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K오빠는 어찌된 영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할머니와 아버지와 세 식구가 살았단다. 그리고 며칠 전 아버지의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서 세 가족이 모두 사망했다고 했다. 그렇게 허망하게 나의 첫사랑은 끝이 났다.

청소년의 성과 사랑은 순수하고 뜨겁다.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뜨거운 가슴으로 아이들은 사랑을 한다. 

그것은 어른들이 하라고 한다고 또 하지 말라고 한다고 할 수 있고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의 들끓음으로 체험되는 그런 사랑이다. 비단 사랑에서 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삶이 그러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아이들의 이성교제를 지나치게 우려하거나 심지어 이성교제를 하면 학칙위반으로 징계를 받는 학교들까지 적지 않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사랑을 자연스럽게 나누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어른이 되어도 아름답고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게 지지해 주고 응원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조순희 기자  ston5609@korea.kr

<저작권자 © 세종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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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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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줌마 2017-11-11 10:15:14

    애들 맘에 잘 공감해주는 훌륭한 보건샘~^^   삭제

    • 할미꽃 2017-11-03 17:56:43

      종훈이의 첫사랑! 우쮸쮸쮸!
      복도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이 고성을 지르며 싸움을 한다. 내용을 엿들으니, 마치 신혼부부 싸움 같다.
      남녀공학고교의 3각, 4각관계, 보태서 선후배 파워게임!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해결을 위해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삭제

      • 반야 2017-11-03 09:51:01

        넘어져서 부끄러워 하는 중학교 여학생의 모습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오고 그 아이들을 예쁘게 바라봐주시는 선생님이 계셔서 미소짓게 됩니다. 예쁜 아이들과 예쁜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삭제

        • 비타민 2017-11-02 22:25:56

          아이들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학교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성교육표준안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성교육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와 부모와 이성친구, 동성친구 모두 동감할 수 있는.
          또한, 적어도 학교성교육을 담당하는 보건교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좋은 글 써주신 박종훈선생님, 감사합니다.   삭제

          • 영인 2017-11-02 15:25:29

            나이가 들면 어렸을때의 감정을 자꾸 잊는 것 같아요 저도 아이에게 '그런걸로 뭘 그래' 라는 말 대신 '그렇겠구나' 하고 공감을 많이 해줄려고 노력하는데 가끔은 잘 안 될때가 있네요
            글 읽으며 저도 사춘기때 좋아했던 오빠 생각났어요^^   삭제

            • 선주 2017-11-02 12:50:55

              맞아요. 억압할수록 오히려 빗나가죠. 툭터놓고 얘기 못하는 어른들부터 교육받아야해요.   삭제

              • ㅎㅎ 2017-11-02 10:57:30

                잠시 과거로 가면 아이들의 행동이 납득이 되죠. 덕분에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점을 배웠네요. 따뜻한 글 감사해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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