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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국종 신드롬과 학교 보건현장의 이중 시스템

[기고] 이국종 신드롬과 학교 보건현장의 이중 시스템

중흥고등학교 보건교사 김지학

지난 1일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가 해군복을 입고 청와대에서 주한미군 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출처=KBS)

[세종인뉴스 조순희 기자] 공동경비구역을 넘어 자유를 찾아온 북한 귀순 병사는 수발의 총탄에 맞고도 이국종 교수팀이 있는 아주대학교 중증외상센터로 후송되어 극적으로 생명을 되찾았다. 이후 이국종 신드롬은 광풍처럼 몰아닥쳤다. 

처음에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의사된 사명감으로 사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국종 교수 개인에게 시선이 모아졌다가 북한 병사에 대한 기생충 브리핑을 계기로 순식간에 인권과 알 권리의 충돌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와중에 다행히 중증외상센터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의지가 모여 청와대 청원운동으로 이어졌고, 200억이 넘는 예산 편성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듯 했다.

근래에 보기 드문 감동적인 대서사는 쉴 틈 없이 휘몰아쳤고, 여러모로 힘든 국민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 멋진 드라마의 주인공격인 이국종 교수는 이정도면 못이기는 척 청사진을 제시하며 더욱 열심히 하겠노라고 화답하고 마무리하면 좋을 텐데, 삽시간에 예상되는 결말을 벗어났다. 

작금의 관심에 감사하면서도 현재의 중증외상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단다. 

날선 현장에서 죽음과 싸우는 그는 줄곧 시스템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피토하는 심정이라는 이국종 교수의 열변을 쫓다보면 꽉 막혔던 가슴이 더 조이는 것 같다.

지난 수년 동안 보건교사들도 소아당뇨 등 요보호학생의 건강관리, 학교 미세먼지 및 석면 공기질 관리 등 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보건 시스템을 바꾸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제 자리 걸음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국종 교수와 동병상련의 심정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지난 11월 6일, 19세 미만에게 주로 발생하는 제 1형 당뇨로 인한 저혈당쇼크나 항원-항체 면역 반응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 등 위급 상황 발생 시 학생에게 보건교사가 응급처치를 제공하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하며, 학교장이 필요시 보조 인력을 줄 수 있다는 학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응급 상황에서 주사 처치 등을 보건교사가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다행이지만,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을 만나면서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온 보건교사로서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화장실에서 몰래 인슐린 자가 주사를 하는 소아 당뇨 아이들이 언론에 보도되자 화살은 뜻밖에 보건실로 날아들었다. 보건실에서 아이들이 마음 놓고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아이들이 자신의 상태를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는 거다. 그래서 보건교사들은 소아당뇨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도록 보건교육을 하는 게 우선이므로 초등학교 보건교육이 공신력을 갖도록 중·고등학교처럼 국가 수준의 초등 보건교육과정을 고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적 요청은 전혀 공론화되지 못했다. 보건실까지 오고가며 놀 수 있는 쉬는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가능하면 소아 당뇨 아이들이 있는 층에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할 수 있다면 좋겠으나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또, 학교의 보건실과 다른 교실 및 강당 등은 먼 거리에 있을 수 있고, 보건교사가 없는 데서 이루어지는 체험활동도 많은 반면, 소아당뇨나 아나필락시스 쇼크 등 위험 상황은 학교생활 중 어느 때나 일어날 수 있으므로 응급처치용 주사에 대해서는 선진국처럼 보건교사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전체 교직원이 주사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언론, 국회, 정부 어느 한 곳 보건교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은 응급처치용 주사 박스를 교내 곳곳에 배치하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누구나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도, 보건교사의 주장은 입법 과정에서 보건교사들의 이기주의 내지는 이상주의로 치부되곤 한다.

미세먼지, 석면 등으로 더럽혀진 공기질 관리는 또 어떤가. 학교보건의 목적이 결국 건강 증진과 연결되어 있기는 하나, 그 중 보건교사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보건교육은 법적 직무가 되었음에도 수업시수 확보나 보건교사의 배치, 자격 부여(정교사 부여) 등에 마땅한 대책도 없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은,  ‘건강 증진은 보건교사가 전문가이니 본질이 시설관리이더라도 보건교사가 담당해야한다’는 해괴한 논리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어떤 근거가 있는지도 모른 채 설파되었다. 

보건교사들은 시급하게 보건교육의 여건을 조성을 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하여 소방,수도 시설을 관리하듯 미세먼지, 공기질 등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러한 주장은 그 어떤 대책 속에서도 고려되지 못했다.

덕분에 교육계에서 "을 중의 을인 보건교사"는 시설관리자로 둔갑되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학교의 차량 통제를 담당하고, 미세머지 경보 및 주의보에 따른 학사 일정 조율을 떠안고 있다. 

또 석면으로 지어진 옛 학교 건물을 보건교사가 어찌할 도리도 없는데, 전문 측정 업체 등을 연결해 해마다 1교당 기 십 만원 씩 주고 학교 시설의 공기질만 측정하고 있다. 나쁜 결과가 나오면 ‘창문 열기’가 거의 유일한 해결책인데도 말이다.

요컨대 보건교사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외국에서는 누구나 투여할 수 있는 주사를 어디서든 출동해 적시에 응급 주사를 하고, 다 아이들을 위한 것이니 전문성 따지지 말고 사명감을 가지고 시설관리를 하라는 것이 우리가 현재 서 있는 학교보건의 좌표다.

하도 답답해서 미국 학교보건협회에 메일을 보냈더니, 학교의 실내 공기질 관리는 시설관리의 일환으로 정책이 시행되고 있고, 보건교사 등 교사들은 학교 공기질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면 시설 관련 당국에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는 친절한 답신이 돌아왔다.

이국종 교수는 자신의 환자들은 대부분 블루 칼라여서 여론을 형성할 여력도 없는 계층이고, 자신은 정책을 만드는 전문가가 아니고 노동자라며, 석해균 선장의 회복 이후 중증외상센터 정책이 무더기로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에게는 무전기 하나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 현실을 개탄했다.

보건실에 가장 많이 찾아오는 아이들도 소외되고 아프고 괴로운 아이들이라서 공부 지상주의의 학교 정책에서는 주목받지 못한다. 더구나 보건교사는 학교에 1명뿐이어서 민주주의가 잘 구현된다는 학교에서조차 의제를 여론화하는 데 물리적인 한계에 부딪힌다.

 ‘보건교사들의 이기주의’라는 프레임만 씌우면 모든 것이 만사형통이 되는 세태 속에서, 현장에서 산화되는 학생 건강 정책은 흐드러진 꽃처럼 처절하게 스러지고 학교 보건 시스템 개선은 요원해지고 있다.

그나마 진정성과 실력으로 언론에 대놓고 인터뷰할 수 있는 이국종 교수가 부럽다면 그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위 기고문은 현직 학교 보건교사인 김지학 교사의 진솔학 학교 보건교육 현장의 모습을 담은 글 입니다.

조순희 기자  ston5609@korea.kr

<저작권자 © 세종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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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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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감 2017-12-15 14:20:30

    기사 읽으며 눈물납니다. 전 어제 오늘 학교에서 힘있는 사람들의 언어폭력에 시달려 너무 괴롭고 아픈 상태입니다. 누구 학교 현실을 알까요?   삭제

    • 이쁘니 2017-12-15 13:46:28

      보건교사는 소수라는 이유로 다수의 폭력에 시달립니다.
      성과급, 업무, 수업 등등   삭제

      • 한파 2017-12-15 12:41:45

        현장의 보건교사로서 가슴을 울리는 글입니다.
        권력을 손에 넣은 자들의 면피용 면죄부로 보건교사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쏟아져 내려오는 면피용 공문들..힘없는 보건교사만 처절하게 짖밟히고 있습니다..   삭제

        • 평강 2017-12-15 12:14:31

          현장의 소리를 똑부러지게 보여주시네요. 세상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 맞습니다   삭제

          • 현직 보건교사 2017-12-15 12:05:50

            지당하신 말씀. 윤리과가 있음에도 양성평등도 보건교사에게 맡기는 현실.
            수업안한다고 수업점수 0점. 매일 자습시키는 교사는 100점   삭제

            • 여행자 2017-12-15 11:50:15

              공감합니다.그뿐입니까?? 응급처치 보건교육은 물론이고 각종 업무 다 떠넘기면서(심지어 보건교사가 해결할 수 없는 영역과 교내에서 잡무라고 취급되는 자질구레한 일 다 맡기고)업무로 인정해주지도 않아요.폐지되어야하지만 존재하는 있는 교원성과급에서도 차별받고..아이들에게 소수자를 배려해야한다고 가르쳐야할 교사들이 더 이기적으로 행동하죠.교육계의 민 낯.   삭제

              • 나무 2017-12-15 11:38:56

                한구절한구절 모두 공감이 갑니다.   삭제

                • 시설을 어찌 보건교사가.. 2017-12-15 11:14:12

                  학교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보건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시설관련 부서에서 처리해야 하는데..모든 것이 사람을 위한 환경이고 여건이지 않은가? 그 중 보건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건강상담, 관련 처치 등이고 시설 문제가 생기면 개선에 대한 건의는 할 수 있지만..   삭제

                  • 공감 2017-12-15 11:13:07

                    초등 보건교육과정고시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합니다.
                    보건교사 1인이 혼자서 화장실 갈 새도 없이 뛰는 현장 개선되길 빕니다.
                    시설관리는 시설관리자에게
                    일을 맡기려거든 인력배치를 해 주고 일을 맡겨주세요.
                    일은 많아지고 보건교사는 로봇이 아닙니다.   삭제

                    • 공감백배 2017-12-15 10:57:48

                      공감합니다
                      보건교사가 보건교육을 할수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어 학생모두에게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수 있는
                      평생의 능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교과 이기주의에
                      업무던지기, 사고가 터지면 늘어나는
                      일회성 눈가리기식 교육시수과 매뉴얼,
                      사려 깊지못한 무책임한 법안통과 뿐 입니다
                      저도 이국종교수가 부럽습니다
                      오늘도 한숨이 나지만 보건교사의
                      현실이 공감을 얻고 바뀔날을 기대하며
                      학생들을 보고 버팁니다   삭제

                      1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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