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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水然) 칼럼]평생 나는 종교와 씨름하며 살아왔다

종 교

종교는 평민들에게 진실로 여겨지고 현자들에게 거짓으로, 여겨지고 통치자에게 유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세네카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수연] 평생 나는 종교와 씨름하며 살아왔다. 종교는 나의 삶에서 오랜 기간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문제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꽤 투명하게 내 삶에 그 실체를 드러냈다.

한 때는 종교에 의한 극심한 인간성 억압을 목도하고 종교 그 자체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가졌을 때도 있었다. 끝없이 책을 읽고, 사색하고, 명상하고, 논쟁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서히 나는 이 난제에서 헤어났다.

종교는 가장 심오한 인간정신과 인류의식의 총화이다. 이 문제에 대한 내 나름의 시각을 얻은 후에 거의 다른 모든 삶의 문제들도 한층 단순해지고 밝아지고 구체화되었다. 오랜 각고의 시간을 거친 후에야 나는 아주 힘겹게 종교와 화해하였다.

종교는 명시적으로 암시적으로 인간 삶의 가장 깊은 심층부를 형성한다. 설령 종교를 믿지 않은 사람도 삶의 많은 부분이 종교적이다.

인간은 유한자이기에 본질적으로 종교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삶을 겹겹이 둘러치고 있는 저 미지의 무한의 시공간과 수시로 대면하며 살고 있으면서 어찌 우리가 종교성을 떠날 수 있겠는가?

지금은 현저히 힘이 약화되었지만 인류역사는 본질적으로 종교의 역사였다. 원시시대부터 고도의 문명을 누리는 현대인에 이르기까지 종교는 우리 삶의 근본적 구원이면서, 동시에 가장 무섭고 잔혹한 구속이었다.

단순한 물상숭배에서 고차원적인 종교까지 종교가 개개의 인간에게 근본적 삶의 구원처(shelter)가 된다는 점에서는 특정종교의 우월함도 차별성도 없다. 모든 종교가 한 인간의 삶의 차원에서는 똑같이 중요하고 소중하다. 그런데 전체적 차원, 즉 인류의 차원에서 종교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이천년 전 불교와 기독교가 창시될 당시의 인간의식과 현대의 인간의식은 판이하게 다르다. 이제 인류는 활짝 깨인 의식의 눈으로 종교를 재조명하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할 필요가 있다.

인간갈등과 인류전쟁의 원인이 된 종교의 외피는 과감히 떨어내고 그 알맹이만 취하자. 소수의 종교 지도자들이 군림하던 시대에서 모두가 스스로 풍요로운 영적 삶을 구가할 수 있는 영적 민중의 시대가 벌써 오래 전에 도래하였다.

종교를 통해서 민중을 억압하고 온갖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는 종교지도자와 정치가들에게 이제는 헤어날 때가 되었다.

예수와 붓다는 결코 이 세상을 나누고 쪼개고 싸움터로 만들고, 나아가 종교를 통하여 이 세상을 지배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전부 후세인들이 부당하게 그들을 팔고 이용했을 뿐이다. 그들은 그 누구도 우대하거나 배제하지 않은 모든 인류를 포용하는 세계인(cosmopolitan)이요, 우주인(cosmic)이었다. 그들의 메시지는 아주 분명하고 단순하게 그냥 서로 사랑하며 평화롭게 자유롭게 살라는 것이었다.

그 이후 정교하게 세워진 온갖 교리와 이론도 이제 충분히 연구되어 울궈 먹을 만큼 울궈 먹었으면 이제 여기에서도 냉철히 벗어나자.

종교는 오로지 인간해방과 정신의 자유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더 이상 종교를 빌미로 인간의 삶을 억압하는 부당한 종교제도와 편협하고 불순한 종교지도자와 정치가들의 손아귀에 갇혀있지 말자.

나는 개개인의 종교를 반대하지 않는다. 심지어 부정직한 성직자 밑에서도 소박한 신앙을 기초로 자기 삶을 건실하게 가꾸어가는 모든 종교인들도 존중한다. 내 어머니와 내 가족의 최후의 버팀목이요, 절대적 의지처인 종교를 내 어찌 부정하겠는가?

나는 지금도 신을 믿는다. 종교의 겉껍질을 다 도려낸 생명의 근원이요, 존재의 궁극이요, 진리와 사랑의 정화로써 신을 믿는다. 나의 삶의 이면에 끊임없이 작용하는 저 불가사의한 초월적 힘을 수시로 느끼고 그 힘 앞에 겸허히 무릎 끓고 나의 순연한 삶 또한 그 힘 가운데 있음을 때때로 가슴 깊이 느낀다.

내가 인식하는 신은 생명의 원천이요, 대자유요, 환희요, 우주요, 전체요, 사랑이요, 자비요, 진리 그 자체이다. 종교를 뛰어넘어야, 종교를 벗어나야, 종교를 버려야 우리는 진정한 종교를 만난다. 개인의 차원이든, 인류의 차원이든 종교는 인간의식의 성숙과 진화를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하나의 거대한 산맥이다.(수연)

수연(水然) 칼럼니스트  root8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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