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의 명상일기

부부(夫婦)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수연(水然)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수연(水然)] 인도의 영성가 오쇼 라즈니쉬가 기차를 타고 인도의 여러 지방을 다니며 강연을 하던 무렵이었다.

어느 날 기차 안에서 그는 한 남자와 여자가 앉아 있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 지나서 그 사람들이 앉아있는 자리를 지나갈 일이 생겼을 때, 오쇼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부부가 아니군요."

당황한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알았느냐고 오쇼에게 되물었다.

오쇼는 아주 간결하게 대답했다.

“당신들에게선 생기가 느껴집니다."

사랑은 가난과 기침과 더불어 겉으로 숨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됐을 때, 사람들은 금방 '아 저 사람들이 사랑에 빠졌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내뿜는 향기는  결코 감출 수 없는 것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 담긴 숨길 수 없는 관심,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감탄하게 되는 생생한 기쁨 또한 숨길 수 없다.

"당신들은 부부가 아니군요. 당신들에게선 생기가 느껴집니다." 이 말은 부부관계에 대한 참으로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먼저 일상의 온갖 누추한 일들을 겪으며 항상 살아야 하는 부부들은 서로를 열정적으로 바라보고 사랑하기에는 이미 너무 지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일상을 함께 하기 어렵고, 일상을 함께 하는 사람을 사랑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오래 부부로 살아가는 삶이란 늘 열정과 생기만을 누리면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오쇼는 그들에게 느껴진 생기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오래 묵은 부부 사이의 애정을 더 강조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르던 사람들이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 때 느끼는 그 열정과 생기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지만, 오래 묵은 관계가 되어서도 담담하고도 은은한 사랑을 누리는 것은 모두에게 다 허락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水然)

수연(水然) 기자  root8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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