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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然칼럼니스트, 신록을 찬미하며

수연의 명상일기 259

신록을 찬미하며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水然] 요즘 사방 어딜 둘러보아도 눈에 잡히는 것은 온통 싱그러운 신록이다. 길을 가다 연초록 나뭇잎이 시야에 잡히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돌고 속수무책으로 완전 무장해제되는 것을 매번 느낀다. 그와 더불어 지금 당장 나의 삶 앞으로 다가온 온갖 크고 작은 생의 문제들이 한 순간 한꺼번에 실종되고 내면에 살아있음의 생생한 환희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문득 먼 젊은 날 기억의 창고에 고이 보관되어 있던 이양하의 .신록예찬. 을 뒤적이며 몇 부분을 여기 옮겨 적어본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이즈음의 신록에는 우리 사람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앉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 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나의 모든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볕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 고이 들어앉는다.

신록에 있어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 이즈음과 같은 그의 청춘 시대 움 가운데 숨어 있던 잎의 하나하나가 모두 형태를 갖추어 완전한 잎이 되는 동시에 처음 태양의 세례를 받아 청신하고 발랄한 담록을 띠는 시절이라 하겠다. 이 시대는 신록에 있어서 불행히 짧다.

어떤 나무에 있어서는 혹 2, 3주일을 셀 수 있으나 어떤 나무에 있어서는 불과 3, 4일이 되지 못하여 그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지나가 버린다. 그러나 이 짧은 동안의 신록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참으로 비할 데가 없다. 초록이 비록 소박하고 겸허한 빛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때의 초록은 그의 아름다움에 있어 어떤 색채에도 뒤서지 아니할 것이다."

요즘 같은 날이면 신록 하나면 그것으로 족하고, 신록을 바라보는 순간 만사를 잊고  바로 그냥 희열에 잠길 수밖에 없다.(수연)

수연(水然) 칼럼니스트  root8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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