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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水然) 칼럼] 음식을 먹는다는 것

수연의 명상일기269  : 음식을 먹는다는 것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수연] 나만큼 입맛이 수더분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음식을 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아침저녁으로 과일, 고구마, 두유 등 한 두 가지를 먹고, 점심 한 끼만 밥을 먹고부터 더욱 입맛이 살아났다. 밥 냄새만 맡아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반찬이 없어도 정말 밥맛이 꿀맛이다. 특히 식당에서 간소한 한 끼 식사를 하고 공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나면 참 행복해진다.

언젠가는 내가 자판기 커피를 하도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동석한 사람이 ‘세상에서 자판기 커피를 가장 맛있게 먹는 사람’이라는 칭호까지 붙여주었다. 누군가는 싸구려 입맛이라고 놀려대기도 하지만 싸구려 입맛이면 어떠한가.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맛있는 음식하면 내 머리 속에는 청국장, 산채비빔밥, 순부두 같은 소박한 음식이 떠오르니 값싼 입맛인 것은 맞다.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우리가 오래 전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이 있다. 모든 음식은 생명이라는 사실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생명인데, 밥을 먹을 때 수많은 생명체가 나를 살리기 위해 밥상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이다.

고귀한 생명인 음식 앞에서 맛을 따지는 것 자체가 참 도리를 모르는 짓이다. 생명이 생명을 존중할 줄 모른다면 스스로 자신을 천하게 여기는 것이다. 음식이 나와 같은 한 생명임을 자각하고부터 늘 식사 전 다음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

“밥상 위에 차려진 이 소중한 생명체와 이 음식이 여기에 오기까지 애쓴 하늘 땅 사람들에게 감사드리며, 이 생명을 취하고 우리 삶이 늘 사랑과 평화와 행복이 함께 하기를 빕니다.”

음식을 고귀한 생명으로 인식한 최초의 사상은 동학이었다.

동학의 해월 선생은 '하늘(음식)이 하늘(음식)을 먹고 산다'라는 이식천식(以食天食) 사상을 주장하셨다. 즉, 사람이 음식을 먹는 것을, 하늘인 사람이 하늘인 곡식을 먹는다는 것과 같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피와 살인 다른 생명체를 음식으로 취했다가, 또 스스로 다른 생명체의 음식이 된다는 것이다.

세상 만물이 먹고 먹히는 순환적인 상호의존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을 한낱 돈벌이 수단이나 사람의 간사한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단순한 물질로 바라보는 지금의 세태는 얼마나 경박스러운가. 음식도 나와 같은 한 생명이라는 생각을 하면 갑자기 모든 음식 앞에 경건해지지 않을 수 없다.(수연)

수연(水然) 칼럼니스트  root8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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