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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水然의 명상일기

수연의 명상일기 274 : 산방의 벌레들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수연(水然)] 가까운 도반이 산방에 와서 매실을 따다가 벌레에 물렸다. 내게는 벌레에게 물리는 게 다반사인지라 으레 그러려니 하고 가볍게 여겼다. 그런데 증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지고 팔이 퉁퉁 부어올랐다. 급기야 병원에 가서 해독제 처방을 받고서도 한참을 고생했다고 한다.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지네의 소행으로 짐작되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참 인생살이는 모르고 또 모를 일이다. 20년 산골살이한 내가 아닌 하필 그 도반이 지네에 물렸을까? 보통 맨손 맨발에 고무신을 신은 나는 멀쩡하고, 장갑에 토시까지 착용한 그가 왜 그런 일을 당할까?

산방생활은 하루 24시간 벌레와의 공생이다. 같은 공간에 사는 사실상의 한 가족이다. 사방팔방, 땅 하늘 눈에 닿는 모든 곳마다 온통 벌레와 곤충이 머물고 있다. 벌레와의 동거를 흔쾌히 수용하지 못하면 산방생활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조금 불편하고 성가신 것은 사실이다. 무차별 덤벼드는 모기의 공격은 사실 속수무책이다. 아예 적당히 내 몸을 내주고 산다. 그래서 나의 팔 다리를 살펴보면 어느 한 구석 온전한 구석이 없다. 온갖 상처에 모기와 벌레 물린 자국 투성이이다.

산골생활의 즐거움은 벌레에 대한 관점의 전환을 요구한다. 그들도 나와 똑같은 생명이라는 것을 기꺼이 인정해야 한다.

사실 그들이 먼저 이곳의 주인이었고, 나는 나중 끼어든 침입자이다. 인간중심주의를 버리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봐도 자연계의 모든 생명은 평등한 존재다.

같이 살아야할 존재들이다.

관점을 바꾸고 조금만 배려하면 같이 살 수 있다. 벌레에 물리면 한 순간 반감이 들지만, 바로 돌이킨다. 산방에서는 늘 발걸음을 조심하지만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늘도 수많은 생명들을 내 발로 밟아 죽였을 것이다.

더구나 차를 타고 다니며 그 육중한 바퀴로 애꿎은 생명을 무차별 죽이면서도 나 몰라라 이렇게 살고 있는 나 자신을 생각하면, 한 순간 따끔하며 그들에게 좀 물리는 게 무슨 대수겠는가?(수연)

칼럼니스트 수연(水然)  root8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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