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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칼럼] 단풍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수연의 명상일기 

단풍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충남 공주시 계룡산 자락의 단풍나무가 가을빛을 발하고 있다.(사진=세종인뉴스)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싸늘한 밤공기에 몸을 뒤척이다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산방에 겨울이 찾아왔다. 몸을 움츠리고 문을 열고 나와, 희뿌연 안개를 뚫고 하얀 햇살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몸을 쭉 펴본다. 하루가 다르게 불그스레 물들어가는 숭모산을 바라보며 불현 듯 다가오는 한 생각이 있었다. 지금쯤 양평 상원사 단풍이 절정일 것이니, 오늘은 상원사엘 가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상원사를 향했다. 입구에 차를 세우고 천천히 산을 오른다. 짐작대로 단풍이 절정이었다. 이미 도로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고, 나무가지에 달린 가녀린 단풍도 마지막 조락을 준비하며 부르르 떨고 있었다. 산사에 도착하자 언제나처럼 산신각 앞에 멈춰 서서 일망무제의 전방을 주시한다. 20여년 가을마다 이곳을 찾았지만 오늘 또 한 번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아! 천하 절경이로다. 원경 근경 모두 황단풍, 홍단풍, 청단풍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한 바탕 색채의 향연을 벌리고 있었다.

기독교인이 염원하는 천당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불교인이 꿈꾸는 열반이 이토록 심오할 수 있을까? 힌두교도들이 동경하는 지복이 이보다 더 지극할  수 있을까? 분명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은 멀리 딴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지금 여기 우리 눈앞에 늘 존재하고 있다. 오직 눈이 감겨 제대로 보지 못할 뿐이다. 한참 황홀경에 잠겨 있다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기며 문득 또 한 생각이 다가왔다. 가련한 인생아! 만물의 영장이니 운운하며 착각하지 마라. 우주는 그냥 마냥 흘러갈  뿐 인간이라고 특별 대우하지 않는다. 자연은 스스로 제 갈 길을 갈 뿐 인간에게 한 눈길도 주지 않는다. 단풍은 인간을 절대 기다려주는 법이 없다. 일생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저 황홀한 단풍 한 번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빈손으로 터벅터벅 떠나가는 가난한 인생이여!(수연)

수연(水然) 기자  root8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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