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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교수의 〈중년의 온도〉 마스크 치안대

김대유교수의 〈중년의 온도〉

마스크 치안대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김대유 교수] 만인대만인(萬人對萬人)의 투쟁은 ‘문명 이전의 질서’였다. 법과 제도의 성립 이후 서로가 각자 재판장이 되어 상대를 무차별 공격하는 관행은 사라졌지만, 전쟁이 발발한 지역은 예외였다. 전장에도 군사법정이 열리지만 군대의 묵인하에 자경단이 판쳤다. 1930년 히틀러의 나치 소년단, 킬링필즈의 소년단, 마오쩌뚱의 홍위병은 무법천지였다. 주로 십대였던 그들은 민간인을 상대로 고발과 살해, 고문과 약탈을 자행했고 독재자는 정치적 이득을 챙겼다.

그러나 악명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자경단은 뭐니뭐니해도 6.25를 전후하여 나타났던 한국의 치안대였다. 주로 서북청년단이라 불리기도 했던 치안대는 마을마다 유사단체가 등장했고, 그들은 팔뚝에 완장을 차고 다니며 무차별로 죄없는 백성을 학살했다.

부산을 기점으로 국민보도연맹에 단순 가담했던 국민들이 처형당하고 전국 방방곡곡의 무고한 남녀노소가 연령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살해당했다.

치안대에 희생된 숫자가 20만 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일제의 한일합방 시절 대동아 전쟁에서 징용과 성노예(위안부)로 목숨을 잃은 숫자보다 많았다. 북한의 김일성도 전쟁 때 소년단을 구성하여 비슷한 짓을 저질렀다. 남북한에서 국민들은 전투로 사망하기보다는 자경단의 보복 살인에 희생당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에도 신종 ‘치안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칭 마스크 치안대이다. 불특정 다수인 그들은 언제 어디서든 마스크 착용을 둘러싸고 모든 사람에게 시비를 건다. 그 시초는 처음에 대중교통 기사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주로 버스기사님들이 승객에게 마스크를 똑바로 쓰라는 지적을 하면서 시비가 벌어지기 일쑤였고, 지하철과 택시기사들로 ‘완장’은 확대되었다. 시비를 다투던 시민들은 처음과 달리 그 권위에 곧 적응했다. 기사님들에게 대드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사님들 뒤에 국가의 명령이 후광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기사님들의 완장 이후 ‘완장’은 금세 모든 국민으로 번졌다. 마스크에 대해 지적을 받은 사람들의 증언을 모아보면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지적질을 하는 부류는 대개 아줌마로 불리는 중년여성들이고 그분들이 혼자서는 삼가지만 두명 이상 패를 형성하면 ‘완장’이 되어 언제 어디서든 마스크 똑바로 쓰라는 지적을 날린다고 한다. 남자들은 일대일이라도 지적을 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약해보이는 남녀를 선택하고, 자신이 체격의 우위를 점할 때 주로 시비를 건다고 한다.

마스크 치안대를 자처한 국민은 스스로 재판장이 되어 불특정 다수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공격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마스크를 어떻게 착용하는가에 따라 보이는 각도와 노출부위가 다르고, 노상에서 2미터 거리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어있지만, 지적질을 하는 입장에서는 ‘자기가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노출부위와 거리에 대한 판단도 치안대가 일방적으로 판단하여 즉결처분하게 된다. 그냥 무법이다.

마스크 치안대는 지금 도처에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즉결처분에 해당하는 지적질에 재미가 붙었고, 치안대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해명과 변명을 하기도 전에 공격을 받아야 하고, 가해하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을 바이러스로 볼 뿐이다. 만인대만인의 투쟁은 마스크를 매개체로 전국화되었고 정부는 수수방관하며 오히려 치안대의 완장을 부추기고 있다는 혐의에서 매우 자유롭지 못하다.

지식인들 사이에서 민주화 촛불시위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가 마스크만 다를 뿐이지 그 속의 정체성은 6.25의 치안대와 다를 바 없는 ‘마스크 치안대’ 사태에 대하여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스크 치안대가 총칼을 든것도 아니고 살인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정부가 이 사태를 방관할 경우 국민들끼리 욕설과 몸싸움, 살인에 이르는 혐오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아니 이미 그 조짐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실태를 조사하여 책임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 국민이 주는 불안도 있지만 스스로 치안대가 되어 상대방을 즉결처분하는 나라에서 사는 것도 고역일 것이다. 누가 마스크 치안대이고 언제 그들에게 공격을 당할지 모르는 상태는 좀비세상에서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치가 떨리는데 ‘마스크 치안대’라니! 세상 참 별일이다.

칼럼니스트 김대유 교수  dae58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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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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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픈 2020-09-14 22:12:23

    웃픈 현실을 정말 잘 꼬집어서 통쾌하게 써주셨네요! 이시대의 참다운 지식인이란 생각이듭니다.
    김대유교수님 칼럼 애독자입니다. 앞으로도 늘 지금처럼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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