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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출판소식] 문명의 그늘에서 울려 퍼지는 하울링

[문화 출판 소식]

소설가 최광의 장편우화소설  DMZ 도그 하울링

작가 최 광

[세종인뉴스 임우연 기자] 소설가 최광의 장편우화소설 『DMZ 도그 하울링』이 <푸른소설선>으로 출간되었다.

글을 통해서 세종시의 개농장에서 탈출하여 운주산, 동림산, 차령산맥을 거쳐 백두대간의 DMZ에 이르기까지 생존을 건 유기견들의 긴박한 여정이 펼쳐진다. 분단된 현실과 생태계의 교란, 기후변화, 사회적 양극화 등 문명의 그늘에서 하울링이 울려 퍼진다.

작가는 DMZ 도그 하울링 ‘머리말’ 을 통해, 유기견들로 견고한 DMZ에 작은 틈을 내고 싶었다. 아직 사람들의 얘기로 쓰기 어려워서 우화로, 유기견들의 얘기로 에둘러 꺼낼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나는 전쟁과 평화의 이중주를 가만가만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아주 오래전에 <환경 스페셜>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유기견들이 산에 모여 가시덤불 밑에 굴을 파고 살면서, 제법 여럿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다. 떼로 몰려다니며 가축을 사냥하고, 산에서 고라니를 포위 공격하는 산짐승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환경 스페셜>이니까 아마 멸종한 포식동물, 늑대의 역할과 복원을 기대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생태계 균형과 공존의 가치를 얘기하고 싶었을 테니까. 그러나 내게는 그렇게만 비치지 않았다.

그 유기견들을 포획 제거하는 과정에서 강아지들조차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고 늑대의 푸른 눈빛을 뿜었다. 낙오자의 좌절과 분노를 눈에 담고 있었다.

그 유기견들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밀려난 낙오자의 메타포로 다가왔다. 그 메타포는 내가 오랫동안 사회를 보는 창이 되었다.

어린 시절, 누이들의 세계 전도를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드넓은 세상이 우리 밖에 있었다. 시베리아의 푸른 물결이 내 가슴을 뛰게 했다. 그 드넓은 세상을 달려보고 싶었다. 지도책에는 가는 실선으로 철도가 그어져 있었다. 그러나 꿈을 이룰 수 없었다. 한반도의 허리에 DMZ가 가로놓여 있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제 발목에 채워진 족쇄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

이제 내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절망감이 내 인생과 함께 저물어 가고 있다. 우리 밖에 흩어져 사는 고려인, 조선인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DMZ는 그들의 가슴에 응어리나 피딱지로 붙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낙오자인 줄도 모르고 소외의 그늘에 갇혀 있다. 그래서 나는 유기견들로 견고한 DMZ에 작은 틈을 내고 싶었다. 아직 사람들의 얘기로 쓰기 어려워서 우화로, 유기견들의 얘기로 에둘러 꺼낼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나는 전쟁과 평화의 이중주를 가만가만 들려주고 싶었다.

출판사 리뷰를 보면, 최광의 장편우화소설 『DMZ 도그 하울링』은 세종시 개농장을 탈출한 유기견들이 백두대간 DMZ에 잠입하기까지의 긴박한 여정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작가는 DMZ와 운주산에 관련된 자료를 탐독하고, 면밀한 현장 조사를 통해서 그곳의 생태 환경을 완벽하게 소설 속에 옮겨놓음으로써 작품에 생생함을 더한다. 한반도의 허리, 견고한 철책으로 가로막힌 비무장지대(DMZ)를 배경으로 한 유기견들의 우화는 분단 현실의 안타까움을 일깨우고 평화를 소망하게 한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개농장으로 끌려간 유기견들이 반란을 일으켜 개농장을 탈출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른바 ‘왈패’가 된 유기견 무리는 운주산에 둥지를 틀고 먹이를 구하기 위해 인근 마을 가축을 습격한다. 이에 관계당국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유해조수방지단이 소집된다. 불순한 종자들을 일망타진하려는 인간들과, 살아남으려는 왈패들 사이에 운주산을 둘러싸고 대대적인 전투가 일어난다.

거의 모든 왈패들이 학살당하고 여섯 마리만이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살아남은 그들은 동림산, 미호천, 차령산맥을 거쳐 남한강을 건너 DMZ에 도착한다. 이제 그들은 유기견이 아니라 거친 하울링을 하는 야생의 늑대나 다름없다. DMZ에서 그들은 평화를 누릴 수 있을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DMZ는 습지, 초지, 하천, 산악 등이 고루 분포하고 식물들이 울창하게 자라며,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분단된 현실로 인해 섬 아닌 섬이 되어버린 한반도의 DMZ, 문명으로부터 소외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유기견들의 하울링에 귀 기울여 보자.

작가는 또 ‘집필 후기’ 중에서, 장편 우화소설 『DMZ 도그 하울링』을 구상하면서 DMZ로 남한이 섬이 아닌 섬이 되어버린 분단 현실을 담고 싶었다. 그러나 금단의 땅에 사람의 행적을 그릴 수 없어서 우화로 쓰게 되었다고 말했다.

애견인들이 늘어나면서 호칭은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격상되었지만 버려진 유기견들을 보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유기견 보호소와 개농장도 찾아가서 그 실태를 견학하기도 했다. 거기서 유기견들을 두고 벌어지는 어두운 현실도 알게 되었다. 그 유기견은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낙오자의 메타포로 다가왔다.

세종시의 개농장에서 탈출한 개들이 차령산맥을 타고 백두대간에 이르고, 마침내 DMZ에 잠입하는 것으로 얘기의 얼개를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DMZ의 실태를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우선 자료를 찾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지역 도서관에 그런 자료가 없었다. 고심 끝에 국립세종도서관을 떠올렸다. 역시 거기에는 국립생태원 등에서 발간한 연구자료가 많았다. 나는 자료를 대출해서 머리를 싸매고 들여다보았다.

DMZ는 습지, 초지, 하천, 산악, 해안 등이 고루 분포하고, 이끼류, 초본류, 관목류, 교목류 등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으며, 그 품 안에 무척추동물류, 곤충류, 양서류, 어류, 조류, 포유류 등 생물 다양성이 높은 생태계의 보고였다. 나는 그나마 DMZ의 실태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소설은 자료만 갖고 써지는 게 아니라 현장을 보고 상상력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우선 세종시 개농장에서 탈출한 유기견들이 모이는 운주산을 그럴듯하게 묘사하고 싶었다. 운주산은 세종시 전의면과 전동면에 걸쳐 있는 해발 460미터 정도 되는 우람한 산이다.

그저 그런 산이 아니라 백제 시대 성터를 간직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백제의 마지막 항쟁지 주류산성이 어디냐를 두고 아직 명확한 정설이 없다. 학계에서는 한산설, 부안설, 홍성설, 연기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운주산에 있는 성터를 근거로 지역 향토사학자 고 김재붕 선생의 논문 「백제(百濟) 주류성(周留城)의 연구(硏究)」는 타당성이 느껴져서 탐독하고 여러 차례 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래서 유기견들의 일차 활동무대인 운주산의 묘사를, 그 논문을 스토리텔링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환유적으로 운주산의 규모와 자태를 그려내고 싶었다. 나는 내가 사는 지역의 로컬 정체성을 반영하고 싶었다. 운주산, 동림산, 미호천 등 내 주변의 생태계는 나의 모태나 다름없다. 기후변화와 함께 달라지는 생태계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표현했다.

작가의 작품 속에는 허스키가 가슴에 묻어둔 다짐을 내보였다며 유기견들이 “우리는 모두 버려졌잖아. 사람들은 우리가 필요할 때는 귀하게 여기다가 맘이 변하면 아무렇게 버렸어. 버리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도살해서 고기로 팔아넘기려 했어. 이제 우리도 정신을 차려야 해. 우리의 본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우리는 원래 늑대야. 늑대 중에서 순한 늑대와 순한 늑대를 끊임없이 교배시켜 우리같이 순둥이를 만든 거라고. 우리는 우리의 본래 모습이 아닌 거야. 버려진 우리는 이제 우리 속에 숨겨진 뼛골을 되찾아야 해. 그 본성을 되찾아야 우리는 이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사람들은 이제 우리를 돌보지 않아.”

허스키 옆에는 누렁이와 푸들이 자리 잡고 지지를 보냈다. 허스키의 열변에 감동한 개들이 일제히 목을 뽑고 길게 울음소리를 냈다. 드디어 컹컹 짖어대던 개에서 늑대로 돌아가는 첫걸음을 떼려 했다. 늑대의 하울링을 하려고 애를 썼다.

이름도 바꾸기로 했다.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유기견에서 우리 맘대로 살기로 다짐하고 스스로 왈패라고 이름 지었다. 모두 멋진 이름이라고 반기며 목을 길게 빼고 하울링을 했다. 그러나 하울링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86쪽)

생태학자가 늑대 복원팀과 다시 만나서 수집한 영상 자료를 보여줬다. 늑대 복원팀은 대수롭지 않게 한마디 했다.

“개들이네요. 산에 돌아다니는…… 그런데 수가 엄청나네요.”

생태학자는 그의 말을 바로 받았다.

“맞습니다. 산에 사는 개, 늑대의 친척이기도 하고요.”

복원팀이 즉각 반응했다.

“개가 늑대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야생에서 오래 살다 보면 늑대가 될 수는 없어도 늑대 역할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복원팀이 생태학자에게 항변했다.

“우리는 지금 늑대를 원하고 있습니다. 늑대가 개로 진화한 사실은 있지만, 개가 늑대가 됐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야생개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는데, 생태계를 함부로 실험장으로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야생개가 늑대와 합류하여 늑대 종자로 포섭된 사례는 아주 많습니다. 어려운 늑대 복원보다 야생개가 늑대 역할을 하도록 돕는 게 더 쉽지 않을까요? 급격히 늘어나는 고라니나 멧돼지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 같은 거 말입니다.” (102~103쪽)

멧돼지들은 땅굴로 북쪽으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멧돼지들은 북한이 아니라 지옥으로라도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서 앞이 꽉 막혔다. 땅굴은 길지 않아서 멧돼지들은 독 안에 든 쥐가 되고 말았다. 땅굴로 북쪽으로 달아나려는 계획은 허사였다. DMZ 남쪽 철책선 가까이에 있는 땅굴은 북쪽으로 통하지 않은 짧은 땅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멧돼지들은 전열을 정비하고 반격에 나섰다. 암퇘지와 수퇘지가 앞장서고, 그 뒤로 십여 마리의 새끼들이 나란히 진용을 짜고 주둥이를 껄떡거리며 진격했다. 땅굴의 폭도 넓지 않아서 멧돼지들이 진용을 짜고 전진하자 왈패들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이하 중략]

최광 작가는 1999년 『문학 21』 소설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 『노크』와 시집 『글로벌 농법』을 발간했다.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상주작가로 선정되었다. ‘금강소설가들’ ‘세종문학’ ‘세종시마루낭독회’ ‘(사)지역과문화’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임우연 기자  lms70032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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