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녕대군 후손들, 부안임씨 며느리가 된 고모 묘소 참배
10월 3일, 500년전 사돈 집안 합동 참배

▲ 사진은 세종시 신도시지역 원형개발 현황도

[세종=세종인뉴스/지역] 김부유 기자= 세종시 고복저수지변 용암리 위줄[渭周] 마을에는 부안임씨 임중(林重, ? ~1508)에게 시집온 전주이씨(?~1509)가 묻혀 있다. 그녀는 세종대왕의 큰 형님인 양녕대군의 따님이다. 1509년에 조성된 무덤으로, 봉분 등은 일부 변형되었으나, 묘비와 석물 일부는 당대의 원형 그대로여서 조선 초기의 묘제(墓制)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역사자원이다.

그런데 최근 세종시에 거주하는 관계 전문가의 제보로 전주이씨 양녕대군파의 대종손 이정원 선생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지난 6월 9일이 직접 묘소를 찾은 바가 있다. 그 자리에서 올 가을에 후손들이 정식으로 묘소를 참배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고, 10월 3일 오전 11시에 세종, 대전, 충남 등지에 거주하는 종중 어른들이 합동으로 고모 할머니의 묘소를 참배하기로 하였다. 이에 부암임씨 종중에서도 자리를 같이 하면서, 두 집안 후손들이 500년 만에 서로 인사를 나눈 것이다.

양녕대군 따님의 묘소는 일찍이 2007년 2월 13일 충청남도에서 개최한 보존묘지 지정 심사위원회에서 보존묘지로 지정된 바가 있다.

<사진> 양녕대군 따님 묘소 전경

당시 부안임씨 집안에서는 임중 부부의 묘소 외에도, 부안임씨 입향조인 임난수 장군과 그 둘째 아들인 임목, 임목의 큰 아들인 임손의 묘소까지 보존묘지로 신청하였다. 그러나 다른 묘소는 모두 부결되었고, 임손의 큰 아들이자 전주이씨의 남편인 임중의 묘(공주 장기면 제천리)와 임중의 증조부인 전서공 임난수의 묘(연기 동면 용호리)가 보존묘지로 지정된 것이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천리에 있던 임목-임손-임중 등 3위의 묘역은 모두 부여군으로 이장된 바가 있다.

한편 부안임씨는 옛 연기군의 대표적인 성씨로, 독락정(獨樂亭, 세종시 문화재자료 제8호), 임씨가묘(林氏家廟, 연기군 향토유적 제42호), 연기 세종리(世宗里) 은행나무(세종시 기념물 제8호) 등의 문화유적이 모두 이 집안과 관련된 문화유산이다.

그 역사를 살펴보면, 모두 부안임씨 전서공파의 입향조로 알려진 임난수(林蘭秀, 1342∼1407) 장군으로부터 유래한다. 그는 일찍이 32세의 나이로 공민왕 23년(1374) 최영 장군과 함께 탐라를 정벌하여 큰 공을 세웠다. 당시 오른쪽 팔이 적에게 잘리자, 잘린 팔을 화살통에 넣고 싸워서 승리하였다는 일화가 전한다.

여러 벼슬을 거쳐 공조전서(工曹典書)에 올랐는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운 후에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면서 충청도 공주목 삼기촌(옛 연기군 남면 양화리)으로 낙향한 인물이다. 이러한 절의를 높이 평가한 세종대왕은 1419년 임씨가묘(林氏家廟)라는 편액을 하사하면서 불천지위(不遷之位)로 모시도록 명하였으며, 아울러 사패지(賜牌地)로 나성일구강산(羅城一丘江山)을 하사하였다. 당시 내려준 사제문(賜祭文)에는 임난수 품격에 대하여 "시기를 도울만한 기략을 운영하고 세상을 덮을만한 공훈을 세웠다."라 칭찬하였다.

임난수의 큰 아들 임모에게는 후사는 없고, 실질적으로 그 집안을 이은 가계는 차자 임목(林穆, 1371~1448)의 후예들이다. 그는 양양도호부사를 역임한 후에 낙향하여, 절의를 지킨 선친의 뜻을 기려 독락정을 건립하였다.

그의 아들 임손(林蓀)은 내시별감(內侍別監)을 역임하면서 양녕대군과 사돈을 맺었으니, 장악원 정(掌樂院正)을 지낸 그의 아들 임중이 바로 양녕대군의 사위인 것이다. 임중은 증조부 임난수를 비롯한 여러 유산들을 관리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예컨대 부안임씨 전서공파 문헌록에 실린 행단 구사우실기(상량문)에는, 1430년 임중의 주도하여 5칸 전후튀 규모의 사당 건물이 완성되었다고 하였다. 현재 향토유적으로 지정된 임씨가묘가 그 건물인데, 원래 양화리 행단(현 숭모각) 자리에 있었다.

임씨가묘는 후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숙종 5년(1649년)에 8대손 호군 임찬현(林纘賢)이 묘소를 보수하던 중 376자의 지석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근거로 숙종 8년(1682)에는 '고려임장군신도비(高麗林將軍神道碑)'가 세워졌는데, 당시 우암 송시열(宋時烈)에게서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충절을 칭송하는 글을 받았다. 그리고 1710년에는 여러 고을 선비들이 두 임금을 섬기지 않았던 임난수 장군의 절개를 사모하여 사우를 세워 사액을 청원하는 상소가 있었다. 당시 사우의 이름은 세덕사(世德祠)라 하였고, 고려 의종 때 정당무학을 역임한 선조 서하 임춘(西河 林椿)과 부안임씨 입향조인 전서공 임난수, 그리고 그 아들인 부사공 임목을 함께 모셨다.

세덕사는 뒤에 기호서사(岐湖書社)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순조 5년(1805)에는 임흥(任興)을 추가 배향하였다. 그리고 고종 5년(1868) 대원군이 서원훼철령을 내렸고, 이에 후손들은 기호서사를 지키기 위하여 숭모각에 있던 신주 일부를 나성동으로 옮겨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유래를 뒤돌아 볼 때, 양녕대군 따님의 묘소는 세종시의 지역사의 중요한 일부이며, 향후 보존하여야 할 문화유산과 연관성도 깊은 역사자원인 셈이다. 이 자리에서 두 집안의 후손들은 뜻깊은 문화유산에 대하여 서로 이해를 공유하고, 향후 소중한 선대의 묘역 관리를 위하여 힘을 모으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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