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종시 조치원농협, 흙수저 금수저 존재하나

1명 뽑는데 1명 응모, 공모게시 농협 출입유리문에 게재

▲ 농협경영의 책임자 사위 채용 과정의 부도덕성에 휩싸인 농협 하나로 마트점

[세종=한국인터넷기자클럽] 세종인뉴스 이경수 객원기자= 세종시 조치원농협의 방만한 경영이 지역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조치원농협 내부조직 현황은 조합원 2537명, 대의원 63명, 영농회 39개, 부녀회 47개, 작목반 21개 등으로 상당한 규모이다.

조치원농협의 경우 급여를 받는 유급 직원과 회의참석 수당을 받는 직원수가 조합장 1명(비상임), 감사 2명, 이사 9명, 상임이사 1명, 상무·지점장 6명, 차장·과장 11명, 과장대리 16명, 영농지도역 대리 1명, 계약직 9명 등 총 79명에 이르는 중견기업 수준이다.

조치원농협 조합장 자리는 비상임조합장으로 1억이 넘는 연봉과 막대한 업무추진비를 받고 있다. 비상임조합장 제도는 자산규모 2500억 원 이상인 조합의 경우 전문경영인(상임이사)으로 하여금 경영에 책임을 지도록 해 조합의 경영과 건전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2009년 도입됐다. 비상임조합장제로 인해 현재 조치원농협의 내부경영은 상임이사가 총괄하고 있다.

▲ 세종시 농업인 한마음 대회에 참석한 세종시 농업인들(사진=세종인뉴스)

조치원농협 Z 모 상임이사는 조합에 오래 근무하다 상임이사로 추천 선출되어 근무하고 있고, 취재 결과 조합장과 비슷한 연봉으로 1억 원이 넘는 고액 연봉자이다.(다수 농협 조합원들은 상임이사의 급여가 1억 원이 넘는 초고액 연봉인줄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지난 1월 조치원농협에서 직영하는 하나로 마트 S 지점에서 계약직 1명을 뽑으면서 발생했다.

복수의 제보자들에 따르면 당시 해당 하나로마트에 근무하던 운전직 직원을 갑자기 본점으로 발령한 뒤 계약직 1명을 채용하는 일이 발생했다.(제보에 따르면, 본점 발령 운전직은 이후 재계약을 하지 못해 직장을 떠나야 했다.)

취재결과 조치원농협 측은 "지난 1월 20일 계약직 직원 채용공고를 냈다"며 "직원 1명을 선발하는데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추가 취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법적 여부를 떠나 실소를 자아낼 정도로 이해되지 않는 답변을 들었다.

당시 계약직 직원을 채용하는 공고문 게시를 했다는 농협 측에 공고문 내용과 공고 여부(장소)를 묻자 "농협 출입 유리문에 공고문을 붙였다"고 황당한 답변을 했고, 그 공고문 사진이라도 보자는 기자의 요청에는 "내부 문건임을 들어 보여줄 수 없다"는 회피성 답변을 했다.

또, 당시 직원채용 공고에 몇 명이 응시했느냐는 질문에는 "1명만 응시했다"면서 "인사담당 직원은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데 누가 지원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해당 응시자는 바로 조합의 내부경영을 책임지며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상임이사의 사위로 확인됐으며, 현장 업무가 아닌 사무보조 업무를 하는 비교적 편한 직책을 맡고 있다.

1명 뽑는 직원 공개채용에 '확인할 수 없는 채용공고문 게시'와 '단독 응모자 채용' 사실에 기자는 씁쓸함을 느꼈다.

순수한 마음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농민들도 함께 잘살아 보자는 취지로 출발한 농업협동조합의 경영을 책임진 고위직 사위가 하나로마트에 채용된 경위에 대해 "법적 저촉 여부를 떠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세종시 조치원 소재 지역농협 산하 지점 (사진=세종인뉴스)

또한, 상당수 조합원 뿐만이 아니라 세종시 이외의 타지역조합까지 유포된 내용 중에는 "현 조합장 임기가 끝나는 2019년 조합장 선거에 Z 상임이사가 출마를 위해 올해 12월에 상임이사직을 사퇴하고 조합원 자격을 취득 후 활동할 예정"이며 "현 상임이사 자리는 조합 내 모 지점장인 Q모 씨를 추천 임명해 조합원 관리를 맡겨 당선시킨다"는 시나리오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는 다수 제보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사위채용 문제는 단순하게 받아드릴 일이 아니다"라는 얘기도 들렸다.

최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과 관련 대통령 탄핵과 하야 열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지난 2014년 12월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최근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정유라는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타야지. 남의 욕하기 바쁘니 아무리 다른 거한들 어디 성공하겠니?"라는 글을 게재했다. 금수저로 태어난 자신의 배경을 과시한 이글이 확인되면서 국민적 지탄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역농협의 계약직 직원 하나쯤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농협 간부들도 있겠지만 실업대란 속에 취업할 수 없는 절대 다수 흙수저 청년들을 생각한다면 계약직 한 자리라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밟아 채용했어야 하며, 특히 조합원과 정부의 지원 속에 성장한 지역 농협은 그 과정이 더욱 공정해야 할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10월 5일 국회에서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기자는 이날 감사에서 황주홍 의원의 발언을 내용을 되새겨본다.

황주홍(국민의당, 고흥·보성·장흥·강진군) 의원은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5년간 지역조합의 조합장 또는 상임이사의 자녀 216명이 부모가 재직하거나 퇴직한 조합이나 그 인근 조합에 채용된 것"에 대해 지적했다.

황주홍 의원은 "농협 지역조합들의 ‘고용세습’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아무리 공정한 채용 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이면 특혜 의혹을 피할 수 있겠느냐"면서 "농협 내에서도 불투명한 채용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전수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수 객원기자  rokmc4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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