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보건교사의 성교육 전문성 인정, 불합리한 강사배점 개정 방침 밝혀

[서울=한국인터넷기자클럽] 세종인뉴스 정영성 기자= 3000여 보건교사들의 조직인 (사)보건교육포럼(이사장 우옥영,교육학 박사)은 지난 8일, 여성가족부로부터 보건교사의 성교육 전문성을 인정, ‘학교 성교육 관련 강사 배점 시정 방침’이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공문은 지난 2016년 7월 23일, (사)보건교육포럼의 여름 연수에서 공론화 되어, 함께 시작한 시정 요구 서명운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동안 여성가족부는 보건교사가 시행한 성교육에 대해 외부 강사보다 턱없이 낮은 배점을 주도록 기준을 정하여, 부당한 차별이라는 논란이 적지 않았다.

개정 방침에 따르면 이전에 보건교사가 교직원에게 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예방교육을 한 경우, 내부직원 교육으로 10점을 부여하던 것을, 앞으로는 보건교사의 성교육 전문성을 인정해 2017년부터는 일반강사에 해당하는 20점을 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 보건교육포럼 민원에 대한 여성가족부 회신 공문(제공=보건교육포럼)

학교 성교육 평가는 2015년에 제정된 양성평등기본법 제30조, 31조의 시행을 위한 것으로, 모든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범죄의 예방을 위하여 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그 결과를 여성가족부 예방교육통합관리 시스템에서 입력하고, 항목마다 70점 미만이 될 경우 기관장에 대한 문책성 교육이 뒤따르기도 했다.

한편, 그동안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성교육 전문가인 보건교사의 교육을 평가절하 한다는 문제가 학교 현장에서 반복하여 제기되자, (사)보건교육포럼은 학교현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보건교사 451명의 서명을 받아 교육전문성을 훼손한 사례로 국무총리실, 여성가족부, 교육부에 시정을 요구하게 되었던 것이다.

보건교사는 20여 년간의 성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보건교과를 통해 학생들에게 성희롱,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등을 교육하는 전문가이자, 50% 이상의 학교에서 교직원 대상 성희롱상담창구와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 등을 운영하는 업무담당자로서, 학교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성문제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현장 전문가이다.

그럼에도 보건교사가 교직원을 교육하면 10점을, 양성평등진흥원에서 80시간 연수를 받은 강사는 40점을 부여하여, 많은 예산을 들여 외부강사를 부르지 않고는 기준점에 미달되는 구조적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이에 대해 보건교육 전문가 내부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국가예산을 낭비한다는 비판과 함께, 학교현장에서 성교육에 고군분투하는 보건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부당하게 차별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혜진 보건교사(경기도 의왕초)는 “자신이 학교에 들어온 때부터 시작해서 10년이 넘도록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해왔고, 성교육 담당자로서 받은 성교육연수는 300시간은 될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실질적인 교육을 하기 위해 학교에 들어온 이후, 매해 교육청에서도 2~3시간씩 연수를 받고 이외에도 개인 연수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또, “양성평등진흥원에서 교육을 받고 금방 나온 강사는 전문가”이고, “10년 넘게 학생들의 성교육하고 업무를 담당해온 자신은 비전문가”라는 것이 어이없다며, 보건교사를 당장 전문강사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교육학 박사)는,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성의식과 성인지 역량의 강화는 앞으로도 중요한 과제이고, 국가의 경쟁력과 인권수준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여성가족부에서 성폭력, 성희롱, 가정폭력, 성매매예방교육을 필수화한 것은 타당하나, 학교 보건교육과정 안에서 정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하고, 교직원 교육에 있어서도 보건교사의 교육을 전문 강사화 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종림 (사)보건교육포럼 대표(공주정명학교, 간호학 박사)는, “학생 교육에 관련한 행정 업무도 있는데다 입력사항이 해마다 복잡해지고 어려워져서, 이를 입력하는 과정자체가 오랜 시간 고민하고 만들어야 하는, 하나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업무가 되었다. 소모적인 일에 쏟을 시간에 학생 교육을 더 하도록 대책이 필요하다.”며 업무 간소화와 행정인력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이들 보건교사들이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통해, 보건교사가 학교 및 지역사회 폭력예방교육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들의 양성평등의식, 성인지 감수성 등을 제고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으로 논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영성 기자  yeosujazz@naver.com

<저작권자 © 세종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