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시에 묻힌 공덕비는 어디에

폐허된 사랑의 일기 연수원 지키기

▲ 금석초등학교 부지를 기증했던 심수동 선생의 공덕비가 폐 쓰레기더미 아래에 팽게쳐진 것을 쓰다듬는 고진광 대표의 모습이 애처롭다.(사진=세종인뉴스)

[세종=한국인터넷기자클럽] 세종인뉴스 정영성 기자= 사랑의일기연수원(대표 고진광, 금남면 금병로 670부지)은 국민교육을 위해 고 심수동 선생을 비롯한 옛 연기군 금남면 주민들이 사유지를 희사해 “금석초등학교”를 세웠고, 지난 2003년 2월 28일자로 폐교되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일기를 통해 “청소년 인성교육센터와 세계최초의 일기박물관”을 목표로 개원하게 되었다.

고진광 대표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과 함께 당시 이 부지 소유주인 충남교육청은 지역 주민이 희사해 만든 학교 부지를 수십억 원에 LH 공사에 넘겼고, 지금은 상업부지로 모두 분양되었다고 말했다. 주민이 희사한 땅을 정부기관들이 폭리를 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례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 대표의 주장이 일리가 있는 것은, 당시 충남교육청은 3980평의 부지 보상비로 23억 800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를 매입한 LH는 현재 상업용지 땅 시세로 볼 때 평당 500만 원을 받아도 약200억 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고 대표는 또, 당시 사랑의 일기 연수원이 들어서던 무렵 1년이 지나도 애 우는 소리 듣기 어렵다는 충남 연기군에서 매년 전국적인 행사를 개최하는 ‘사랑의 일기’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고, 주민이 희사한 땅에 세워진 금석초등학교 부지를 민간이 이어받아 교육시설로 운영하기로 하고, 연기군 차원에서 제공하기로 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 행복도시 공사장 터로 변해가는 옛 금석초등학교 자리 교문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는 심수동 공적비의 행방을 알고 있을것이다.(사진=세종인뉴스)

하지만, 2004년 신행정수도가 지정되고 본 연수원 부지가 수용지에 포함되면서 구체적인 행정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10여년 간 방치된 상태였다가 2016년 9월 28일 새벽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집행관들에 의해 집기들이 무자비하게 방출되고 매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분개했다.

집행관들에 의해 시설은 모두 사라지고 폐허가 되었지만, 120여만 여명의 어린이 일기가 보관되고 세종시민투쟁기록들이 전시되던 이곳에는 사라진 세종시민들의 생활용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던 흔적들이 포크레인에 짓밟힌 채 매몰된 것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 대표는 이 유물들을 지키기 위해 컨테이너에 거주하던 96일째인 지난 1월 3일, 소송 준비를 위해 서울에 올라간 사이 학교 부지를 희사한 고 심수동 선생의 공덕비마저 쓰러져 훼손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 이곳이 금서초등학교 자리임을 알려주는 유일한 공식적 기록물인 버스 승강장의 모습이 잊혀져 가는 연기군의 옛 모습을 회상하게 해 준다.(사진=세종인뉴스)

고 대표는 현재 밑도 끝도 없이 개발만하고 있는 세종시에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는 시설은 물론 공덕비조차 보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며 분개했다.

심지어 지난 5일 오후 2시경에는 대전지방법원 집행관들에 의해 강제 집행된 연수원의 전시물과 각종 물품 등의 동산이 경매에 부쳐 지기도 했다며, 역사를 기록하는 소중한 기록물이기도 했던 각종 전시품들이 LH공사에게는 그저 폐기해야할 쓰레기이거나 500~800만 원이면 처분될 것들로 취급되고 있다며 더욱 분통해 했다.

▲ 유일하게 남은 금석초등학교 앞 버스 승강장안의 버스 노선표만이 이곳이 옛 금석초 자리이며, 사랑의 일기 연수원 터 임을 알려주고 있다.(사진=세종인뉴스)

지난 세월 “사랑의일기 연수원”이 있어 나름 소중하게 지켜온 수많은 전시물이 연수원 건물이 철거되면서 갈 곳 잃게 만들어버린 책임감에 오늘도 편한 밤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사랑의 일기 관계자들의 울분이 2017년 새해에도 피를 토하는 마음들이 공사장 터로 변모해 가는 황량한 벌판을 떠돌고 있다.

▲ 이제는 금석초등학교의 흔적마저 찾기 어려운 학교터에 사랑의일기 연수원 안내판이 초라하게 서있다.(사진=세종인뉴스)

정영성 기자  yeosuja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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