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水然)칼럼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

[세종인뉴스=수연(水然)] 아프리카 스와힐리족은 두 가지 시간개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사사(Sasa) 시간이고, 또 하나는 자마니(Zamani) 시간입니다. 그들은 누군가가 죽었을 때, 비록 그 몸은 죽었을지라도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한, 그는 사사 시간에 살아있다고 여깁니다.

반면에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마저 다 죽게 되면 그 사람은 그때 비로소 이 세상에서 풀려나 영원한 침묵의 시간, 자마니의 시간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그가 죽은 후 단 한 사람이라도 그를 아직 기억하고 있는 한 그는 아직 여전히 이 땅에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문명은 뒤떨어져 있을지라도 이들의 시간관에는 분명 우리 문명인이 배울만한 훌륭한 영성적인, 우주론적 통찰이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와 귀한 인연으로 만나지만, 돌아서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고 여기기에 함부로 대하고 모질게 상처주고 냉정히 헤어집니다.

그러나 만남이란 그냥 우리 마음대로 만났다가 헤어지고 갈라서는 것으로 전부가 끝나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 일단 이루어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을 지라도 나와 상대방의 기억 속에, 영혼 속에 오래 도록, 아니 영원토록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예수와 석가가 이미 이천년 전에 죽었지만, 그들은 아직 생생히 우리 기억 속에 살아남아 우리 삶에 내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들이 생성한 거대한 사랑과 자비의 에너지는 아직도 지상을 떠돌며 우리를 고이 감싸고 있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악한 존재, 이기적 존재, 추한 존재로 기억 된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일입니다. 누군가에게 이 땅에서나 이 땅을 떠나서나 선한 존재, 따뜻한 존재, 아름다운 존재로 기억되는 것, 이것이 오늘 하루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수연)

수연(水然) 기자  root8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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