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는 가마우지가 아니다” 

보건교사와 아이들이 보건교육과 건강관리에 전념하도록 보건표시과목을 부여하고 위헌정책 차별정책 등 적폐를 청산하라

[세종인뉴스 서정분 기자] 지난 28일(토) 서울정부청사 정문 앞에서는 검은 옷을 입고 목에 붉은 밧줄을 감은 보건교사들의 「가마우지」 퍼포먼스가 있었다. 이들은 손에 물고기를 잡고도 삼키지 못하는 모습과 교육부가 이 물고기를 잡아당겨 ‘면피’ 가방에 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에게 보건교육과 건강관리를 허하라”고 외쳤다.

이 행사를 기획한 (사)보건교육포럼(이사장 우옥영) 측은 이 퍼포먼스가 보건교사의 역할과 위치를 가마우지에 비유하고, 교육부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열심히 물고기를 잡고도 목에 묶인 끈 때문에 그 물고기를 먹지 못하는 가마우지 신세가 마치 보건교육 등 열심히 일을 하고도 자격과 성과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보건교사의 처지와 이를 알고도 대책 없이 수수방관하는 교육부의 문제를 알리고자 했다는 것이다.

2007년 국회에서 법률로 모든 학교에 보건교육을 의무화하면서 보건교사의 법적 직무가 보건교육과 건강관리로 개정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퍼포먼스에 참여한 보건교사들에 따르면 “보건교사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보건교육을 한 시기까지 합치면 이미 약 30년 간 보건교육을 해왔고, 이제는 법적 직무가 되었음에도 교육부가 당연히 해야 할 후속조치인 보건표시과목(정교사 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추가적인 인력 배치도 거의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다른 교과 교사와는 달리 한 학교에 단 1명으로 거대학교에 업무 하중이 너무 크고, 법적으로 교육과 행정을 분명하게 분리하고 있음에도 보건교사에게 학교환경위생관리 등 행정업무를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징계 조치가 따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국보건교육학회 신미수 부회장은 “법적 직무도 아닌 일을 강요하고 징계까지 하는 것은 소수자, 약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보건교육도 해야 하고, 하루에 수십 명, 많게는 백여 명이 넘는 아픈 아이들로 헐떡이는데 학교보건법에 어긋나고 실질적인 관리도 불가능한 환경위생관리 등 행정업무까지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고 무책임한 면피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 서울지부 임덕심 보건위원장은 “더 이상 아이들이 각종 성문제, 건강문제에 무방비로 노출되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교사들의 법적 직무인 교육권을 훼손하고 법률을 어기면서까지 교사들에게 환경위생 관련한 행정·시설관리를 떠넘기지 않아야 한다.” 면서, 문서뿐인 형식적 환경위생 시설관리는 이제 그만하고, 학교보건법시행령 23조 등을 즉각 개정하여 지자체 연계 및 실질적인 관리 대책을 마련할 것을 교육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이 행사를 주도한 (사)보건교육포럼과 퍼포먼스 행사를 전해 듣고 수도권을 포함하여 경북, 광주 등 지방에서까지 올라온 현장의 보건교사들 역시 「가마우지 물고기 낚시」 퍼포먼스에 깊이 공감하며, 교육부의 행태와 보건교사가 처한 현실을 규탄하고, 사태의 심각성과 본질을 널리 알려야 한다면서, 교육부, 국회 등에 아이들 건강을 위해 차별정책과 위헌정책을 철폐할 것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서정분 기자  jbseo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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