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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슬픈 란돌린

[기고] 슬픈 란돌린

[세종인뉴스 기고문 김순향 보건교사] 화창한 5월, 푸르른 나무가 가지를 더 뻗고 꽃도 아름답게 성장하는 이즈음, 한 뼘 더 자라는 아이들과 함께 보건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수업을 하였던 5학년 아이들이 이젠 6학년이 되어 함께 꾸려가고 있지요.

얼마 전까지는 성과 관련된 주제로 보건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성의 기본 가치관을 바로 잡기부터, 사춘기변화, 수정·임신·출산, 그리고 성폭력예방까지 열심히 수업을 하다보면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빛에 저도 신이 났더랬습니다. 특히 되도록 사실과 현실을 반영해 수업내용을 꾸미려 노력해서인지 적잖이 놀라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앎에 대해 깨닫는 모습을 보니 제 안에도 교사로서의 자긍심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성교육이 끝나고 얼마 뒤 건강조사 설문을 실시하게 되었어요. 기본적인 건강생활습관 및 사회성/성의식 등을 조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6학년 어느 담임교사가 ‘성’관련 항목 중에 ‘몸을 만지는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네’라고 응답한 아이가 있다며 보건실을 방문하였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그 응답을 보고 먼저 아이와 얘기를 하였는데, 어디를 만지는지 대답을 못하는 아이를 보고서는 저에게 달려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셨다네요.

그래서 아이와 함께 상담을 실시하였습니다. 윗집에 사는 삼촌이 5학년 때부터 몸을 만졌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생식기 주변부도요..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당시에는 다행이라는 생각 들었어요) 성관계 시도는 아직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일단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고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어요.

아주 잘 생각해고 행동해주었다고 지지하고 격려했습니다. 이 일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삼촌이 잘못되었음을 아이도 알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아이들이 성과 관련해서는 ‘동의’라는 것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도요. 성폭력 예방교육시간에 읽었던 동화책(‘슬픈 란돌린’) 내용도 알고 있었습니다.

정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 아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게 해준 게 어쩌면 보건교육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그리고 아이를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너무 나 고맙고 잘했다고, 또 칭찬하고 칭찬하였습니다.

이 일은 담임교사의 신고 및 관리자 보고, 학교폭력 담당교사의 교육청 보고 등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입니다.

저도 이런 일을 처음 겪었지만, 담임교사에게 얘기를 들을 때 온몸 전기가 올만큼 긴장되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을 보니 교육을 통해 잘못된 일임을 깨달은 이 아이가 오히려 저에게 더 큰 힘을 주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교육의 힘으로 아이도 성장하고 교사로서 저도 성장하는 계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이 아이에게 보건교육이 좋은 거름이 되어 누구보다 밝고 아름답게 성장하길 기도합니다.

한은진 기자  genieinthe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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