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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 교수의 중년의 온도〕 몸③ 골절 유감

〔김대유 교수의 중년의 온도〕

몸③ 골절 유감

페른코프 아틀라스에 실린, 폐와 혈관 해부도(이지미 출처= 위키피디아)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김대유 교수] 가장 고통스런 순간에 떠올리는 말이 있다. “뼛골이 빠진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등이다. 뼈가 부러진다는 것이 얼마나 아픈가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골절 중에 흔한 것이 다리 골절이다. 역사 속의 이순신 장군은 무과시험을 칠 때 낙마하여 다리골절을 당한다. 단순골절이었는지 침착하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서 기부스를 하고 계속 시험에 임하여 급제를 한다.

이순신이 이후 다리를 절었다는 기록이 없는 것을 보면 뼈를 맟추고 완쾌가 되어 정상보행을 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동네에 병원과 의사 하나 없던 내 어린시절에 다리나 팔을 골절당한 사람들이 꼭 찾는 사람이 있었다.

유도를 하거나 무술을 하는 고수다. 팔다리를 잡아채어 부러진 곳을 맞추고 나무껍질을 벗겨서 광목천으로 감으면 치료가 끝난다. 운 좋게 고수를 만나면 절름발이를 면할 수 있고, 못 만나면 평생 다리를 절어야 한다.

나는 몇 해 전 음력 설 전날 밤에 다리가 부러졌었다. 복숭아 뼈 뒤의 발목을 지탱하는 하퇴의 외측 비골이 부러졌다. 일산의 국립암센터 이과장과 진탕 술을 먹고 헤어진 길에 대리 기사를 불렀고, 주차장 인도에서 눈얼음에 눌러 붙은 대게 껍질을 밟고 지끈 미끄러지면서 낙상했다. 날카로운 통증보다 먼저 터져 나온 찍! 소리가 골절을 의심케 했다.

전화를 받은 이과장은 암센터 응급실로 오라고 했지만 신세를 지기가 미안하여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전화를 끊었다. 대리기사는 다리를 부여잡고 신음하는 나를 뒷좌석에 처박아 놓고 외곽순환도로를 질주하여 평촌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부려놓았다.

앳된 인턴들이 여러 장의 엑스레이 영상사진을 판독하더니 ‘골절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전문의는 설 연휴에 출근하지 않기 때문에 3일후에 오든지 입원하든지 맘대로 하란다. 집에 가라는 얘기로 들렸다.

일단 귀가하여 이튿날 설날 아침부터 뼈 병원 투어가 시작되었다. 꽤 유명한 정형외과 병원 3곳을 돌았다. 2명의 과장과 1명의 병원장이 수술을 전제로 한 입원을 권유하였다.

비(非)의학용어로 단순골절인지 분쇄골절인지를 묻는 병자(病者)의 질문에 그들은 아무 답도 해주지 않았다. 1명의 마음 약한 과장님이 사진을 들여다보고 감탄을 했다. “어떻게 이렇게 골절될 수 있지?” 난 그 말끝을 재빨리 채트렸다. “골절선이 어떤 상태인가요?”. 순간 의사는 침묵했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골절 상태가 경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입원 권유를 뿌리쳤다.

전남대병원 융합의료기기산업지원센터가 개발해 상용화한 골절치료 및 뼈 고정용 단조 금속판(사진=전남대병원)

난 여전히 기부스도 못한 채 임시방편으로 붕대를 감은 다리를 끌고 처음 응급실을 찾았던 대학병원의 정형외과 과장을 만났다. 역시 서둘러 수술을 해야 한다며 입원을 강권했다. 골절선의 유무와 골절의 종류를 묻는 내게 그는 신경질을 냈다.

복숭아 뼈를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 골절된 부위를 찾아야 한다고 꾸짖었다. 말하자면 금속판 및 나사 고정, 골수강 내 금속정 등이 사용되는 수술을 권하는 것이다. 분쇄 복합 골절이란 뜻인가? 낙담스러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의료사고로 잃어버린 내 치강과 사랑니’를 생각했고 곧 냉정해졌다.

고맙지만 다른 병원으로 갈 테니 진료확인서를 써 달라고 했다. 대학병원이지만 2차진료기관을 겸하던 그 병원의 과장은 절대로 써주지 않을 기세였고, 그런 그를 달래고 얼러서 진료추천서를 받아냈다. 그는 추천서에 “이 환자는 반드시 수술을 요함”이라고 적었다.

더 큰 병원에 가기 전 잠깐 떠오른 얼굴이 있었다. 이수역 근처의 고석주 정형외과 의원 원장님이었다. 칠순을 넘긴 나이지만 침착하고 꾸밈없는 그에게 한번 들러보자고 마음 먹었다. 그는 슬관절 낭종으로 고생하던 나에게 수술보다는 그냥 그 물 덩어리를 달고, 달래면서 살라고 하며 가끔씩 주사기로 물을 빼주던 분이었다.

정형외과 전문의 고석주는 4만원짜리 진료비가 나오는 초음파를 통해 내 골절 상태를 진단했다. 뼈가 부러져서 어긋난 흔적은 없고 단순하게 사선으로 부러지면서 붙어있는 상태이니 반(半)기부스를 하고 3,4주 정도 통원치료를 받으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난 마침내 안도했다. 설연휴를 전후하여 일어났던 불운의 병원투어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사실 내 가족들은 분노했다. 나에게 말이다. “의사가 환자를 선택하는 것이지 어떻게 환자가 의사를 선택하느냐”, “자기가 뭘 안다고 수술을 거부하고 수술 안하는 의사를 찾느냐”. 그랬다. 난 정말 간절히 수술하지 않을 의사를 찾고 있었다.

몸이 그것을 원하고 있었고, 난 내 몸에게 최선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 대한민국 의료진을 무조건 불신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다만 나는 내 몸에 대하여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다. 내 몸이 정말로 수술을 원했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

기가 막힌 의료현실이 있다. 60대 이상의 노련한 정형외과 의사를 제외하면 지금 젊은 의사들은 뼈를 맞출 줄을 모른다.

옛날 유도관의 사범들이 골절된 팔다리를 잡아당겨서 맞췄던 기술이 없다. 의과대학에서 배울 때 CT나 MRI로 식별하여 살을 절개하고 뼈를 맞추는 수술만 배웠다. 골절환자들이 모두 절개수술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수술을 해야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의료수가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골절되면 모두 수술을 받아야 한다. 상업의료의 민낯이다. 그러니, 부러지지 말아라.

칼럼니스트 김대유  dae58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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