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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 교수의 〈중년의 온도〉 몸⑤ 신경통길지만 읽고나면 아하! 하는 칼럼

김대유 교수의 〈중년의 온도〉

몸⑤ 신경통

[세종인뉴스 칼럼니스트 김대유 교수] 며느리 살림 고생하는 수고와 신경통 아픈 표시는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남에게 아프다고 인정받기도 어렵다. 며느리가 가사노동으로 온몸이 부서져도 시어머니 눈에는 흠집 밖에 안보인다. 허리디스크나 좌골신경통으로 몸이 젖은 빨래처럼 늘어져도 직장상사에게는 꾀병으로 보인다.

병원의 CT나 MRI가 발달하면서 신경통의 종류는 수십가지로 늘었다. 척추간판탈출증이라 불리는 허리디스크에서부터 목디스크, 허리 아래에서 죄골 깊숙이 느껴지는 좌골신경통에 이르기까지 신경통은 청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무차별로 발병한다. 주로 중년 남성들에게 잘 나타나는 설인신경통은 인두, 편도선, 혀의 뒤쪽, 귀 등에 간헐적이고 무차별적인 통증을 유발하여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이명의 동반과 함께 우울증을 앓게 된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나 중년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목디스크 역시 우울증을 동반하기 일쑤다. 이 모두의 질병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은 신경이 아프다는 것이다. 즉 신경통이다.

나는 29세에 서울대병원에서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의사가 약 한보따리를 주면서 하지말라는 것을 적어주었다. 등산금지, 무거운 것 들지 말기, 달리지 말기, 심한 운동 금지 등이었다. 모두 지키기 힘든 규정이었다.

뒷동산이라도 올라가지 않으면 다리가 쇠약해지고, 직원운동회라도 열리면 젊으니까 뛰고 달려야 하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쁘지만 보통 아기들보다 무거운 어린 딸은 틈만 나면 안아달라고 보챈다. 한달만에 나는 약봉지를 버려야 했고 의사가 하지말라는 전부를 어겼다. 의사의 처방을 이행하는 일은 살아있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허리로부터 목, 무릎까지 통증이 이어졌지만 일단 가족들로부터 아픔을 이해받기가 어려웠고, 직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꾀병 환자였다.

통증이 심하다보니 잠을 잘 수가 없고 불면증이 계속되는 나날이니 직장생활도 고달프다. 아프니까 매일 밤 기도가 나온다. “하나님, 간절히 바라오니 제발 오늘 밤 제 생명을 거두어주세요. 죽고싶어요”. 밤마다 나는 하나님에게 죽음을 청했고 신경통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엄습했다. 하루하루가 아픔의 연속이지만 젊음은 역시 강하다. 교직생활에 교육운동은 물론이 고 장거리 회의 등 어디든 전천후로 뛰어다녔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냥 사이보그다. 엄마는 내게 수시로 집에서 기르는 엘크 사슴뿔을 잘라서 먹였다. 생뿔을 달여 먹이고 녹용 한약을 복용시켰다. 아픈 아들에게 엄마는 20년을 그렇게 녹용을 먹여서 사이보그를 만들어주었다. 지난 3월에 돌아가신 엄마에게 새삼 경의를 표한다.

일하고 아프고 잠 못 이루고 또 아픈 세월이었다. 어쩌다 틈이 나면 병원투어를 하고, 90년대에 막 생기기 시작한 무교동 대중 사우나를 찾았다. 아예 동료들을 꼬드겨 ‘사우나 동호회’를 만들었고 사우나를 함께 하며 의식화도 시키고 잠시 통증을 잊었다.

그런 어느 날 쌍문동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아픈 허리를 손으로 쥐고 있었는데 할아버지 한분이 무람없이 다가와 “젊은이 허리가 아픈가?”, “내가 운동 하나 가르쳐줄테니, 평생 매일 거르지 말고 해봐” 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허리를 굽혀 발까지 손을 뻗어 숙이고 다시 양손에 허리짐을 지면서 허리를 뒤로 제켰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동작이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진짜 날 놀리나? 그건 특별하지도 않잖아”. 그러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인 내게 가장 쉬울법한 운동을 선물로 받았는데 마다 할 이유가 없었다.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20번씩을 반복했다. 1년만에 허리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20년을 넘게 매일 20번씩 허리굽혀펴기를 했고, 최근 2년 간은 50회로 늘렸다.

그러나 합병증을 불러왔던 좌골신경통과 목디스크는 여전히 고통스러웠다. 좋다는 약을 찾아먹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비로소 나는 20년 전의 쌍문동 할아버지가 일러준 ‘팽생 반복 운동’의 메시지를 떠올렸다. 지난 3년전부터 반복운동을 새롭게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냥 누운 채 수건을 돌돌 말아서 목뒤에 끼고 도리도리를 백번씩 다섯 번하고, 도리도리 100번 사이에 양쪽 허리를 손으로 잡고 다리를 모아서 올리는 동작을 100번씩 네 번했다.

합치면 도리도리 500번, 다리 올리기 400번이 된다. 그리고 일어나서 허리굽혀펴기 50번, 양팔을 양옆으로 돌리며 허리를 이완시키는 동작 50번, 손바닥으로 벽을 집고 쿠샵 100번씩 4번, 쿠샵 100번씩 사이에 벽에 다리를 대고 밀면서 굽히는 동작을 100번씩 4번을 한다.

합치면 쿠샵 400번, 다리 굽히고 펴기 400번이다. 마지막으로 철봉을 잡고 10초간 매달린다. 메일은 못해도 시간이 나는 날이면 30분씩 가정용 헬스 자전거를 탄다. 일주일에 3번 정도 타는 셈이다. 아마 죽을 때가 되어서 힘이 떨어지면 이 반복운동은 멈춰질 것이다.

지금 나는 많이 아프지 않다. 목 디스크와 좌골 신경통 증세는 90% 정도 사라졌고 허리는 아프지 않다. 아프지 않은 하루가 기적 같다. 매일 밤 통증에 몸이 젖은 빨래처럼 늘어져서 하나님께 죽여 달라고 기도하던 내가 비교적 숙면을 이룬다. 신기루처럼 나타나서 반복운동을 하라고 계시를 주신 쌍문동 할아버지가 아니었으면 나는 여전히 통증의 세계에서 불면의 밤을 지샜을 것이다. 엄마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분께 경의를 표한다.

WHO 통계에서 75세 이상 생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는 한국이다. 의료보험과 건강검진 때문이다. 2019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82.7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OECD 회원국 평균 80.7년보다 2년이 길다. 그러나 오래 산다고 건강수명까지 높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통계적으로도 OECD 회원국 중에서 건강수명이 낮은 편에 속한다. 유엔의 설문에서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중 “본인이 건강하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9.5%에 그쳐 OECD 국가 중 가장 적었다. 오세아니아와 북미지역 국가에서는 조사 대상 10명 중 9명이 “본인은 건강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뉴질랜드 88.2%, 캐나다 88.5% 오스트리아 85.2%, 미국 87.9% 등이다. 우리는 현재 ‘아픈민국’이다.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부디 오래 살려고 하지 말고 사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기 바란다. 모두들 새해에는 ‘쌍문동 할아버지’의 꿈을 꾸기를 축원한다,

칼럼니스트 김대유 교수  dae583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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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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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탐907 2019-12-24 23:51:30

    쌍문동할아버지가 우리 존경하는 교수님을 살리셨네요^^
    그렇지만, 의지력으로 운동을 계속 이어오신 김교수님의 의지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매번 작심삼일이 되기 마련인데 여러모로 좋은말씀 감사드립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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